증권
BC카드 `케뱅 살리기`…KT 대신 자금수혈
입력 2020-04-15 17:34  | 수정 2020-04-15 21:42
1년간 개점휴업 상태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영업 정상화를 위해 KT 자회사인 BC카드가 자금 수혈에 나선다. KT가 직접 최대주주가 되려던 계획이 담합 혐의(공정거래법 위반) 수사와 인터넷은행 특례법 개정안의 본회의 부결 등 악재로 중단된 후 자회사를 활용하는 '플랜B'를 꺼내든 것이다. 1년 동안 신규 주주 영입 등 방안이 논의됐지만 결국 KT가 '결자해지(結者解之)'하게 된 셈이다.
15일 BC카드에 따르면 전날 이 회사 이사회는 케이뱅크 주식 총 2231만주를 363억2059만원에 취득하기로 결의했다. KT가 가진 케이뱅크 보통주 778만주와 의결권 없는 전환주 1453만주를 전부 사들일 계획이다. 조만간 KT가 자체 이사회를 열어 케이뱅크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의하면 17일 BC카드가 해당 지분을 인수한다. 이렇게 되면 BC카드는 케이뱅크 의결권 지분 10%를 보유한 2대 주주가 된다. 지난해 말 기준 케이뱅크의 1대 주주는 우리은행(13.79%)이다.
BC카드는 지분 취득 목적을 '사업 시너지 강화'로 공시했지만 사실상 지분 확대 길이 막힌 KT를 대신해 케이뱅크 지분을 넘겨받는 조치다. BC카드는 KT가 지분 69.5%를 보유한 자회사다. KT 관계자는 "향후 인터넷은행 대주주 요건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돼야 안정적 영업이 가능하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손 놓고 법 개정을 기다리기보다 케이뱅크의 시급한 상황을 감안해 우선 BC카드를 통해 지분 보유 최대 한도인 34%를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BC카드가 오는 6월 예정된 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실권주까지 전부 인수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는 영업을 중단한 지 1년이 넘어가면서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악화되는 등 더 이상 자본 확충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앞서 케이뱅크는 통신사 KT 주도로 금융과 통신을 융합한 혁신금융을 실현하겠다며 2017년 국내 1호 인터넷은행으로 출범했다. 그러나 KT의 담합 혐의가 발목을 잡았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은 물론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으면 은행 대주주가 될 수 없는데, 지난해 3월 공정거래위원회가 KT를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이에 KT 주도의 5000억원대 유상증자 계획이 틀어졌고, 케이뱅크는 지난해 4월부터 대출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신규 주주를 영입해 급한 불을 끄는 방안도 번번이 부결됐다. 케이뱅크 주주단인 우리은행, DGB캐피탈 등 금융사가 중심이 된 자본 확충 방안은 해당 회사 이사회의 반대 등에 부딪혔다. 무엇보다 주주단 내부에선 'KT가 케이뱅크를 포기하지 않는 한 문제 해결은 KT 손에 달려 있다'는 기류가 강했다. 결국 KT는 자회사를 통한 우회증자 방안으로 주주단을 설득해 자본금을 현행 5050억원에서 6월에 1조1000억원 이상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자회사를 통한 우회증자는 앞서 카카오뱅크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지난해 카카오뱅크는 카카오가 최대주주, 한국투자금융 측이 2대 주주가 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투자금융 측의 보유 지분 한도 초과 문제가 불거지자 손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을 통해 규제를 피해갔다.
BC카드는 보유 중이던 마스터카드 지분 전체를 올해 안에 매각하는 계획도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BC카드가 보유한 주식은 145만주로 4299억원어치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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