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年 5~6% `급매 은행채`…강남 큰손들 1천억 싹쓸이
입력 2020-04-13 18:01  | 수정 2020-04-13 19:51
강남 큰손들 사이에서 은행 발행 달러표시 채권이 인기몰이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자금 경색으로 해외 기관투자가가 보유하고 있던 국내 기업의 채권을 급매로 시장에 내놓자 국내 투자자들이 차익을 올리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1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이달 들어서만 우리은행 발행 KP(KoreanPaper)물을 1000억원 넘게 판매했다. KP물이란 국내 회사나 공기업 채권 중 달러로 표시된 채권을 의미한다. 달러 기준으로 거래된다는 점을 제외하면 해당 회사의 원화 채권과 동일하다.
국내 대표 은행 중 하나인 우리은행의 KP물은 종류에 따라 달러화 투자 기준 세전 연 4.98%에서 최대 연 6.17%까지 등장했다. 이 상품은 우리은행이 달러로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으로 최악의 경우 이자 미지급이라는 위험이 있긴 하지만 은행 발행 채권이라 가능성이 높지 않다. 발행 후 일정 기간이 지나 발행사가 조기상환(콜)을 할 수 있어 같은 은행이 발행한 상품 중에서도 선순위채권보다 통상적으로 높은 금리에 거래가 되는 장점이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지금까지 은행이 콜을 하지 않은 사례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이 국내에서 발행한 콜 만기 5년의 원화 신종자본증권 연 수익률이 2%대인 점을 고려하면 최근 인기몰이를 하는 KP물은 콜까지 만기는 짧은데, 금리는 오히려 2%포인트 이상 높은 셈이다. 2%대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을 찾아보기 힘든 점을 고려하면 수익률이 은행 예금에 비해 3배를 넘는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 경색이 심해지던 지난달 글로벌 금융사들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각종 자산을 잇달아 매도하면서 국내 우량기업의 KP물이 매력적인 가격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년 후인 내년 4월 100달러를 지급하는 채권을 보유한 사람이 현금이 급해 만기를 3개월 남겨두고 채권을 98달러에 판다면 그 채권을 산 사람은 3개월 만에 수익률 약 2%를 올릴 수 있고 이때 연 수익률은 약 8%가 된다. 현재 고수익 KP물이 시장에 돌아다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KP물 투자의 또 다른 강점은 안전자산인 달러에 투자함으로써 환차익까지 노려볼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투자자의 환율 전망에 따라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같은 상품을 원화 헤지 상품으로도 판매한다. 원화 기준을 선호하는 고객을 위한 맞춤형 판매를 통해 선택지를 넓힌 것이다. 상품마다 차이가 있지만 삼성증권의 경우 최소가입금액은 20만달러 기준이다.
증권 업계에서는 삼성증권이 최근 한 달간 우리은행 KP물을 1000억원 넘게 판매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증권의 KP물 판매 호조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KP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본사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판매하는 PB의 전문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작년부터 해외투자 2.0 캠페인을 통해 미국 국채와 국내 회사 KP물 등 해외 금리형 상품을 지속적으로 판매해 PB들의 지식과 경험이 상당히 축적돼 있었으며 본사에도 달러채권 전담 데스크를 설치하고 지원하는 등 해외 채권과 관련 역량을 높여 왔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뿐 아니라 다른 증권사에서도 KP물 판매에 나서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IBK기업은행, 현대캐피탈, 기아자동차 등 우량기업의 KP물이 시장에 나오면서 판매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성봉 삼성증권 상품지원담당은 "최근 전 세계적인 유동성 경색으로 인해 글로벌 금융사들이 어쩔 수 없이 내놓은 양질의 금융자산이 시장에 상품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며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뿐 아니라 신용도 높은 국내 은행의 KP물처럼 좋은 조건의 금리형 자산을 찾아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것도 좋은 투자 전략이 된다"고 강조했다.
[우제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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