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금융상품 검색하니…맞춤상품 문자가 `딩동`
입력 2020-04-13 17:48  | 수정 2020-04-13 20:05
# 유민철 씨(가명·33)는 최근 목돈이 생겨 은행 모바일 앱에서 예금 상품을 살펴봤지만 상품 수가 많고 금리 조건도 복잡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앱을 종료했다. 그러자 '유민철 님을 위한 예·적금 추천 가이드'라는 메시지가 와 유씨 또래 고객들 자산 현황과 돈 관리 방법, 추천 상품을 알려줬다.
이처럼 이전까지는 어딘가 부족했던 은행 비대면 서비스 질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 고객이 원하는 바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해결해주는 서비스가 신한은행에서 가능해진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실시간 고객 관리 플랫폼이 5개월여에 걸친 개발 기간 끝에 최근 가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13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이 은행은 최근 영업점 창구와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등 각 거래 채널을 이용하는 2500만 고객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R-오퍼링(Real time Offering)' 플랫폼을 개발했다. 은행 거래 창구가 다변화하면서 바로 파악하기 어려웠던 고객 수요를 행동 패턴 데이터를 분석해 파악하고 솔루션을 즉각 제공하는 것이다.
이 플랫폼은 신한은행 860여 개 영업점과 2200여 개 인터넷뱅킹 메뉴, 3500여 개 모바일 앱 쏠(SOL) 페이지에서 발생하는 하루 평균 1억2000만건에 달하는 고객 접속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또 하루 동안 고객의 이체·가입 등 거래 활동이나 수익률·만기 안내 등 접촉 활동을 포함해 총 220만건도 탐지해낸다. 실시간 파악에 걸리는 시간은 최단 30초에서 최장 20분에 불과하다. 이를 기반으로 고객 수요를 예측한 뒤 문자 등을 통해 고객에게 필요한 정보를 1분~2시간 이내에 제공한다.

만약 고객이 비대면 채널을 이용하면서 같은 화면을 여러 차례 오가며 반복된 행동을 하거나 만기를 앞두고 수익률 조회를 한다면 상담원이 먼저 전화를 걸어 문제 해결을 돕는 식이다. 현재 과제 20건을 시행하고 있거나 개발 중이다. 영업점 방문 고객에게 카카오톡으로 서비스 만족도 조사를 하는 '굿서비스 경험조사'도 이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은행 측으로선 비대면 채널 이용 중 발생하는 고객 불편을 줄이고 적절한 상품 가입을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객으로서도 은행이 가려운 곳을 먼저 긁어주니 편리한 비대면 채널 이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업무 효율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직원이 고객의 외화 송금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면 새롭게 바뀐 자금세탁 방지 규정을 화면에 띄워줘 법률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또 전세자금대출 심사 때 직원이 실수로 누락할 수 있는 정보를 플랫폼이 탐지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번 서비스도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취임 후 강조해온 '고객 중심' 경영철학이 반영된 결과라고 신한은행 측은 설명한다. 신한은행은 앞서 2016년 은행권 최초로 빅데이터 센터를 만든 후 빅데이터 활용을 고도화해왔다. 이듬해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를 공개했고, 이후 상담·분석·심사 등에 빅데이터를 접목하고 있다. 특히 2018년 '고객 이동경로 분석'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 계기가 돼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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