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두산, 계열사 매각 등 자구안 제출…채권단 "현금화 안되면 의미없어"
입력 2020-04-13 17:47  | 수정 2020-04-13 23:11
채권은행들로부터 1조원을 수혈받은 두산그룹이 KDB산업은행·수출입은행에 재무구조 개선 계획(자구안)을 제출했다. 자구안에는 (주)두산 계열사부터 두산중공업 자회사 매각을 포함해 오너가 사재 출연, 유상증자, 두산중공업과 인프라코어·밥캣 분리 등 광범위한 내용이 담겼다.
두산그룹은 13일 "뼈를 깎는 자세로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마련했다"며 "매각 또는 유동화 가능한 모든 자산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현 자구안이 '초안' 성격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두산 측이 제출한 자구안에는 실질적인 매각 타임라인 등 구체적인 사안이 다 담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채권단은 이르면 이번주 안에 제출된 자구안을 놓고 두산 측과 협의를 개시한다. 협의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다 열어놓고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다.
자구안의 핵심은 두산솔루스 등 '알짜' 계열사를 팔아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유상증자 등을 통해 매각 대금을 두산중공업 자본 확충에 활용하는 구조다. 두산건설이나 화공기자재 제작 업체 두산메카텍 등 두산중공업 자회사를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채권단은 자구안의 실효성에 대한 '송곳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어떤 내용이 담기든 현금화가 가능해야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두산중공업이 코로나19를 계기로 1조원이라는 돈을 신속하게 공급받은 만큼 채권단 검증의 눈높이는 높을 수밖에 없다.

두산솔루스에 대해서도 채권단은 시장에서 수용 가능한 가격에 신속하게 매각하길 바라고 있다. 다만 두산 측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두산솔루스를 자체 평가 가치보다 낮은 수준으로 매각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이유로 매각 성사 직전 단계까지 간 것으로 알려졌던 스카이레이크의 두산솔루스 인수도 매각가에 대한 이견으로 좌초됐다.
두산솔루스까지 매각이 어렵다면 두산이 우량 계열사인 두산밥캣과 두산인프라코어를 팔아야 할 수 있어 양측의 기싸움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채권단은 두산그룹이 제출한 자구안과 이르면 이달 말 나올 실사 결과를 함께 검토한 후 두산중공업의 구조조정 방향을 결정한다. 추가 자금 지원부터 법정구조조정 절차까지 가능한 모든 방법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노현 기자 /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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