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로또청약` 후폭풍…과천 10명중 3명 부적격자
입력 2020-04-13 17:08 
주변 시세 대비 '반값 분양가' 덕분에 무려 3만8000여 명의 청약통장이 몰린 경기도 과천 제이드자이 1순위 청약에서 부적격자가 대량으로 발생했다. 무주택자이면서 소득·재산이 일정 수준 이하여야 하는데 자신의 소득·재산에 대한 정확한 정보 없이 지원하다 보니 당첨 취소 사례가 쏟아진 것이다. 정부의 분양가 억제 정책으로 인한 '로또 분양'이 특별공급에서마저 묻지마 청약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13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순위 청약을 한 과천 제이드자이 분양 물량(647가구) 중 약 22.7%(147가구)가 예비당첨 물량(부적격·미계약)이 됐다. 특히 신혼부부·다자녀·노부모·생애최초 주택 등 '특별공급'에서 예비당첨 물량이 많이 나왔다. 특별공급은 총 515가구가 있었는데, 이 중 무려 27.1%(140가구)가 1순위 청약자의 당첨 자격이 박탈됐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공공분양인 만큼 소득·재산 기준이 있었는데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사람이 많아 대거 당첨이 취소됐다"고 설명했다. 과천지식정보타운 S9블록에 입주하는 과천 제이드자이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토지를 공급하고 GS건설이 시공하는 민간 참여 공공분양 방식이다.
과천 제이드자이 입주자모집 공고를 보면, 생애최초 특별공급은 무주택이자면서 소득이 4인 가족 기준 622만원 이하(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액의 100%)여야 한다. 또한 건물과 토지를 합쳐 2억1550만원 이하를 보유하고 있어야 하며 가지고 있는 자동차 가치 역시 2764만원 이하여야 한다. 신혼부부·다자녀·노부부 특별공급은 재산 기준은 동일하되, 소득이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액의 120%로 생애최초 특별공급보다는 기준이 다소 느슨한 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소득·재산 기준에 미치지 못한 사람이 많아 부적격자가 대량으로 발생했다. 이와 더불어 소득·재산 기준을 충족했어도 자금 조달이 어려워 계약을 포기한 사례도 5건 정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천 제이드자이는 분양가가 전용면적 49~59㎡별로 약 4억5080만~5억4230만원(3.3㎡당 2195만원)인데 계약금 20%(약 1억원)를 바로 납부하지 못하면 계약이 취소된다.

앞으로 예비당첨자 물량 147가구는 타입별로 3배수 범위에서 이미 뽑힌 예비당첨자에게 순번대로 계약 기회가 돌아간다. 예비당첨 결과는 5월 초에 발표된다. 가령 특별공급 중 가장 인기가 있었던 59㎡A 타입은 예비당첨 물량이 51가구다. 그렇다면 3배수(153가구) 범위 내에서 예비당첨자에게 당첨 기회가 부여된다. 만일 예비당첨자 내에서도 부적격자가 많아 당첨이 다 이뤄지지 못하면, 줍줍(미계약분 주택을 선착순 추첨)까지 이어지게 된다.
지난해 9월 공공분양한 고덕강일 4단지가 총 642가구를 분양하는 데 예비당첨 물량이 78가구(12.1%)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과천 제이드자이의 예비당첨 물량(22.7%)은 이례적으로 많은 편이다.
과천 제이드자이 인근 '래미안슈르' 아파트 전용 60㎡가 12억원대에 팔리는 것을 감안할 때 사실상 반값 수준의 분양이 이뤄져 청약자들이 대거 몰린 결과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분양가 규제로 인해 핵심지에 대한 공공분양 청약에 사람들이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소득과 재산 가치를 정확히 몰라 청약에 응모했는데 부적격자로 분류되는 선의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상황을 진단했다.
가령 소득기준이 4인 가족 622만원(월평균)인데 이 기준이 세전인지, 세후인지 기준을 공고만으로 알기 어렵다. 사전에 자신의 소득·재산이 지원 요건에 부합하는지를 알기 위한 시스템이 없기에 주먹구구식으로 청약을 넣는다는 것이다.
심 교수는 "연 소득 기준 수십만~수백만 원 차이로 안타깝게 부적격자가 되는 사례도 있다"며 "부적격자가 되면 1년간 청약이 금지되는데 처벌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뻔히 소득·재산이 높은데도, 꼼수를 바라며 공공분양 청약을 하는 사람에 대해선 처벌을 현행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부적격자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이유다.
[나현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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