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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걸린 잠실 등판…이동원 “꼭 한 번은 던지고 싶었다” [현장인터뷰]
입력 2020-04-13 16:52 
두산베어스 투수 이동원이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청백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천정환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이상철 기자
컨디션 점검 차원의 청백전이어도 기록으로 남지 않는 비공식 경기여도 이동원(27·두산)에겐 잊지 못할 ‘최고의 경기였다.
13일 두산 베어스 청백전에서 청팀 네 번째 투수로 이동원이 등판했다. 2012년 육성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던 그가 잠실야구장 마운드에 처음으로 오르는 순간이었다.
프로에 입문한 후 강속구로 기대를 모았으나 1군 등판은 한 번도 없었다. 잠실구장에서 열린 시범경기 혹은 연습경기조차 뛴 적이 없었다. 그는 감격스러워했다. 오랫동안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야구를 했던 ‘꿈이 이뤄진 순간이었다.
시련의 연속이었다. 될 듯 하나 되지 않았다. 제구가 잡히지 않는 강속구는 ‘무기가 아니다. 게다가 2017년 5월 팔꿈치 인대 접합 및 뼛조각 제거 수술을 한 후 재활에만 몰두했다. 아무도 몰라주는 세계에서 살고 있었다.
다시 아플 것 같아 걱정도 많았다. 이동원은 재활을 마치고 공을 다시 처음으로 던지는데 많이 힘들었다. 짧아진 느낌의 팔을 원상 복구하기까지 정말”이라며 옛 생각에 말을 잇기 어려워했다.
그래도 더 이상 아프지 않다. 그리고 몸은 물론 마음도 씩씩하다. 이동원은 꼭 한 번은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KBO리그 경기에 등판하고 싶었다. 은퇴도 그다음에 하려고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비공식 잠실구장 첫 등판에 대한 감회가 남달랐다.
최근 1군 선수단에 합류한 이동원은 실전에서 주무기 강속구를 선보였다. 제구 문제도 해결했다. 볼넷은 없었다. 김재호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한 후 최주환에게 2루타를 맞았으나 곧바로 3루 도루를 저지했다.

그리고 오재일을 루킹 삼진으로 아웃시켰다. 이날 이동원이 가장 자신 있게 던진 156km 속구였다. 가장 느린 속구도 151km였다.
이동원은 이젠 속구 제구도 자신 있다. (2군) 대만 스프링캠프부터 좋아진 걸 느꼈다”라며 캠프에선 최고 158km까지 던졌다. 구속은 의식하지 않는다. 그동안 피칭 밸런스가 흔들렸는데 보강 운동도 열심히 했다. 너무 세게 던지는 것보다 좋은 느낌을 유지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잠실 등판 경기는 그의 머릿속에서나 이뤄졌다. 이동원은 이미지 트레이닝은 많이 했다. 아무래도 (실제 상황에서) 긴장하면 안 되니까 그런 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이미지 트레이닝에서 난 늘 가운데로 속구를 던졌다. 타자? 당연히 헛스윙이었다”라며 웃었다.
늦깎이지만 두산의 비밀 병기다. 오랜 시간이 걸렸으나 조금씩 꿈에 한 걸음씩 다가서고 있다.
가족도 ‘언제 그만둘지 모르겠지만 원 없이 해봐라며 이동원을 지지했다. 이동원은 구속이 떨어질 때까지 야구를 하고 싶다. 안정감 있는 투수로 꾸준히 활약하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동원의 등번호는 25번이다. 2019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마지막 투수였던 배영수 투수코치가 썼던 등번호다. 그 이전에는 KBO리그 최고 포수 양의지(NC)가 사용했다. 이동원은 나도 (그들처럼) ‘좋은 기운을 받고 싶었다”라고 힘줘 말했다. 그의 간절함이 잘 묻어났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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