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코로나에 유세 줄었다는데…선거폐기물은 사상 최악 `아이러니`
입력 2020-04-13 15:27  | 수정 2020-04-13 15:39

뒤돌아서면 버려지는 후보자들의 명함, 봉투째 버려지는 공보물, 거리에 난립하는 형형색색의 현수막, 사전투표장에 쌓이는 비닐장갑. 코로나19로 역대 가장 '조용한 선거'가 치뤄지고 있지만, 폐기물 만큼은 역대 최대로 쏟아질 것으로 아이러니한 예상이 나왔다. 선거법 개정으로 비례정당이 늘면서 공보물도 덩달아 증가하고, 코로나19로 인해 방역을 위한 일회용품도 쏟아지면서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20대 총선에서는 선거벽보 32만장, 선거공보물은 8000만부, 현수막 1만4000개 등의 폐기물이 발생됐다. 20대 총선에서 발생한 양을 비례해서 계산해보면 이번 총선에서 선거벽보는 32만장 선거공보 9500부가 발생될 것으로 보인다. 종이 인쇄물의 양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현수막은 3만5000여장으로 2배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선거운동의 자유를 확대라는 명목으로 2018년 3월 국회가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현수막을 선거구안 읍면동 마다 기존 1개에서 2개까지 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253개 지역구에서 발생되는 현수막은 총 3만5100여장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19로 인해 유세가 줄어들면서 홍보물이 줄어들 거라는 기대도 무색하다. 선거홍보물을 다수 인쇄하는 형제인쇄소 측은 "선거 유인물, 공보물은 선관위에서 매수를 유권자 수에 맞춰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며 "코로나19라고 매수를 줄이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선거법 개정의 후유증으로 비례대표 위성정당이 많아지면서 쓰레기도 덩달아 증가하는 모습이다. 비례대표 위성정당에서 별도로 홍보물이나 공보물을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도 다수기 때문이다. 선거법상 지역구 정당과 비례 정당은 함께 선거운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역대 최장 길이의 비례대표 용지도 결국 '종이 낭비'로 이어진다. 지난 총선 때 21개 정당이 출마하면서 33.5cm였던 비례대표 용지는 35개 정당이 출마하면서 48.1cm로 약 50% 가까이 길어졌다. 투표용지는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모두 8700만장이 인쇄됐다. 선거용지의 경우 생산업체에 따라 절반은 재생용지로 만들어지지만 절반은 아니다.
또 이번 총선에서 선관위는 모든 유권자들에게 방역을 위해 1인당 2장씩 일회용 비닐장갑을 나눠주기로 했다. 이로 인해 이번 단 몇 분 동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 비닐장갑 수는 수천만장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자원순환사회연대는 지난 11일 "4400만명의 모든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한다고 가정하면 일회용 위생장갑은 총 8800만장 사용되는데, 이는 63빌딩 7개 높이"라고 밝혔다
환경부 측에서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수막의 경우 정당 및 후보자가 지자체에 수거를 요청하면 지역 재활용업체나 사회적 기업 등에 폐현수막 원단을 무료로 제공해 에코백 등으로 만들어 최대한 재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환경단체에서는 이 같은 대책을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녹색연합 측은 "현수막은 보통 폴리에스터의 재질에 인쇄하여 제작시 잉크가 묻어나올수 있어 재활용이 어렵고, 재활용하더라도 질좋은 상품을 만들기 어렵다"며 "좋은 소재로 다양하게 디자인된 장바구니와 에코백이 가득해, 폐현수막으로 만든 장바구니는 외면받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현수막보다 더 큰 문제는 재활용되기 어려운 홍보물 등 각종 종이 폐기물이다. 공보물과 홍보물 등은 비닐 스티커 등 복합재질(주소 성함)로 되어 있어 분리도 까다롭고 재활용도 쉽지 않다. 환경단체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공직선거법 64조 개정을 통한 '재생용지'를 의무화를 제안했다. 현재 법상 선거벽보는 규격과 재질이 규정되어 있지만 선거공보물은 규격만 규정되어 있다. 종이 종류와 무게에 대한 규정이 없다. 녹색연합 측은 "선거철 쓰레기문제는 수십년 전부터 지적되어 왔으나 제자리걸음"이라며 "재생지 사용 등을 의무화해 다가오는 2022년 대선에서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관위 측은 "환경단체 측의 지적은 인지하고있다"면서도 "환경보호라는 가치도 중요하지만 정당후보자의 선거운동의 자유라는 부분과 충돌할 수 있어 입법 논의는 이뤄지지 않아왔다"고 답했다.
[김연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