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세계 최고 성능 전자카메라…`1000조분의 32초` 원자 움직임까지 포착
입력 2020-04-13 13:33  | 수정 2020-04-14 08:47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진이 32fs(펨토초·1000조분의 1초) 단위로 원자의 움직임을 관측할 수 있는 초고속 전자회절장치로 분자 구조 변화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 = 한국원자력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고 성능의 전자카메라를 개발했다. 물질 속 원자의 운동을 기존 대비 3배 이상 빠르고 100배 이상 밝게 관측할 수 있어 다양한 물성 연구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기태 한국원자력연구원 초고속방사선연구실 책임연구원 연구진은 세계에서 원자의 운동을 가장 잘 포착하는 초고속 전자회절장치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포토닉스' 4월호에 게재됐다. 전자카메라로 불리는 초고속 전자회절장치는 정지된 분자 구조만 볼 수 있는 전자현미경과 달리 분자 속 원자의 움직임까지 관측 가능해 분자 구조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포착할 수 있다.
이번에 연구진이 개발한 초고속 전자회절장치의 시간분해능은 32fs(펨토초·1fs는 1000조분의 1초)로 세계 최고 성능을 기록했다. 그만큼 짧은 시간 단위로 움직이는 원자를 관측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전까지 세계에서 성능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던 미국 스탠퍼드선형가속기연구소(SLAC)의 초고속 전자회절장치는 시간분해능이 100fs에 그쳤다.
연구진은 원자의 움직임을 빠르게 관측할수록 측정 밝기가 점점 어두워지는 한계도 극복했다. SLAC의 장치보다 속도가 3배 빠르면서도 측정 밝기는 오히려 100배로 밝아진 것이다. 이 연구원은 "직선 구조였던 기존의 전자회절장치를 수직 구조로 바꿔 전자가 시료에 잘 모이게 만든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광학 분야 세계적인 석학 피에트로 무스메치 미국 로스엔젤레스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네이처 포토닉스에 기고한 글에서 이번 원자력연의 연구 성과에 대해 "자연을 더 깊게 들여다 볼 수 있는 매우 빠르고 새로운 눈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이르면 내년부터 국내 연구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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