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코로나 패닉장 한달…韓채권펀드 선전, 헤지펀드 방어력 `굿`
입력 2020-04-12 17:26  | 수정 2020-04-12 20:28
코스피 2000선이 무너지기 시작한 지난달 9일부터 한 달간 펀드 유형별 성과가 엇갈렸다. 주식형 펀드는 국내, 해외 모두 1개월 수익률이 6% 이상 떨어지는 상황에서 해외 채권형 펀드도 부진했다. 국내 채권형 펀드와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만 선방했다.
12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개월간 펀드 수익률은 국내 주식형이 -6.4%, 해외 주식형이 -7.1%로 한 달간 코스피 하락폭 6.07%와 비슷했다. 국내 채권형은 한 달간 -0.3% 하락하는 데 그쳤지만 해외 채권형은 6.5%나 하락했다.
연초와 비교해서도 국내 주식형 수익률은 -17.3%, 해외 주식형은 -12.3%였다.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는 -3.9%로 하락폭이 작았다.
주식형 펀드의 부진이 예견된 상황에서 그동안 안정적인 성과를 거뒀던 해외 채권형 펀드까지 성과가 나빠진 이유는 하이일드(투기등급 채권)와 이머징국가 채권의 부진 때문이다. 국내 채권형 펀드는 주로 국공채와 A등급 이상 우량채로 구성돼 있지만 해외 채권형 펀드는 높은 이자율을 제공하는 대신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이 많이 편입돼 있다.

하이일드 채권 펀드는 한 달간 -15.6%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신흥국 채권은 -12.9% 수익률을 기록했다.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수준까지 떨어지며 손익분기점이 배럴당 40달러 수준인 셰일가스 업체들의 디폴트가 현실화되면서 이들 회사채를 편입하고 있는 하이일드 가격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 현상으로 신흥국 자본 유출이 현실화되면서 신흥국 채권 가격 역시 하락했다. 실물경제 침체로 미국 등지에서 '렌트료 납부 거부' 운동이 시작되면서 모기지 채권 가격이 하락한 것도 해외 채권형 펀드 성과에 영향을 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평상시라면 주식과 채권 간에 서로 보완 효과가 있어 주식 하락기에 채권이 수익률을 방어하는 역할을 해줬는데 이번에는 기업들의 신용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채권까지 주식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채권형 펀드는 단기간의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정책당국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 노력으로 펀드 수익률 하락폭이 작았다. 국내 채권형 펀드는 연초 대비 0.82% 수익률을 거뒀다.
한편 이번 급락장에서는 다양한 운용전략과 자산을 활용하는 사모펀드들 성과가 돋보였다. 하락장에서도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들이 하락장과 상관없이 수익을 내면서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들도 선방했다.
미래에셋스마트헤지펀드셀렉션 펀드는 1개월 수익률이 -1.01%, KB헤지펀드솔루션 펀드는 -3.6%로 해외 채권형 펀드보다 더 나은 성과를 거뒀다.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는 최소 가입금액이 1억원 이상인 사모펀드의 문턱을 낮추고자 소액으로 다양한 헤지펀드에 투자하도록 한 펀드다.
지난달 코스피 지수가 13% 하락하는 상황에서 사모펀드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NH앱솔루트리턴 펀드는 수익률이 6.8% 하락에 그쳤다. 미래에셋스마트Q 글로벌헤지펀드(-1.95%)와 KB빈티지16펀드(-1.9%)도 하락률이 낮았다. 씨스퀘어 드래곤 멀티전략 펀드는 0.58%, 지브이에이 Fortress-A 펀드는 3.3%로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와중에도 사모펀드가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이유는 롱숏전략, 메자닌(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투자, 기업공개(IPO) 등 다양한 전략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메자닌 전략은 그동안 라임자산운용 사태로 리스크가 부각됐지만 우량 기업의 메자닌을 편입한 펀드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오히려 하락장에도 성과가 좋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최종혁 씨스퀘어자산운용 대표는 "우량 메자닌은 하락장에서 리픽싱(전환가격 재조정)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드래곤멀티전략 펀드와 같이 멀티 전략 펀드는 헤지 전략을 활용해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매도가 금지된 상황에서도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과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한 마켓 헤지 전략으로 사모펀드들은 일부 롱온리 펀드를 제외하고는 시장보다 나은 수익률을 거뒀다.
단순한 인덱스 투자가 아니라 시장 상황에 따른 종목 선정과 트레이딩을 한 점도 사모펀드가 더 좋은 성과를 거둔 배경이다. 가령 그로쓰힐리츠플러스고배당 펀드는 국내 리츠와 배당주들이 급락한 3월에 오히려 1.03% 수익이 났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국내 리츠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리츠까지 편입했고 저가 매수를 했던 점도 수익률에 도움을 줬다"며 "금융주처럼 단순 시가배당률이 높은 종목보다는 꾸준히 배당이 늘어나는 배당성장주를 넣었기 때문에 시장 영향을 덜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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