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도와주세요" 코로나에 우는 벨루가 고래와 펭귄…美수족관·동물원, 정부 대출지원 신청
입력 2020-04-12 15:14 
"안녕, 친구야" 코로나19가 미국을 강타해 동물원과 수족관이 폐쇄된 가운데 시카고의 셰드 수족관에서 텅 빈 수족관을 돌아다니던 펭귄이 벨루가를 쳐다보고 있다./출처=셰드 수족관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탓에 무기한 폐쇄된 미국 동물원과 수족관이 연방 정부에 대출 지원을 요청했다. 방문객 입장료 수입이 뚝 끊기면서 동물들이 먹을 사료를 살 돈도, 사육사에게 월급 줄 돈도 전부 끊기는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애틀랜타 동물원과 시카고 셰드 수족관 등이 연방 정부에 급여보호 프로그램에 따른 소규모 기업 대출을 신청했다고 전했다. 정부 조치에 따르면 500명 이하 고용 사업장은 1%정도의 낮은 이자율로 대출 지원을 받을 수 있고, 8주 간 직원 급여를 지원받을 수 있다.
미국 동물원·수족관협회의 댄 애쉬 회장은 "다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서 "동물을 위해서 시설을 100%가동해야하지만 돈이 없다"고 말했다. 레이먼드 킹 애틀란타 동물원 최고경영자(CEO)는 "동물원 수입의 90%가 입장료와 기념품 판매, 식당 운영에서 나오는데 그 수입이 끊겼다"면서 "직원들 급여를 5~25%정도 삭감하고 나는 올해 연봉인 36만4000달러를 일단 포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년에 190만명의 방문객이 찾아드는 시카고의 셰드 수족관에서는 요즘 사람이 아닌 펭귄이 수족관을 돌아다닌다. 브리짓 코플린 수족관 CEO는 "보통 3~4월이 성수기여서 1주일에 100만~150만 달러 수입이 들어오지만 지금은 자금이 뚝 끊겼다"면서 "동물원이나 수족관은 동물을 돌보는 데 들어가는 고정비용이 커서 상황이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코플린 CEO는 "예매권을 구입한 사람들의 99%가 환불을 원한다"면서 "환불은 가능하지만 기부해줬으면 정말 고맙겠다"고 호소했다.
기부금 모금 중인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원' 런던동물원(ZSL)홈페이지
미국 뿐 아니라 영국에서도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원' 인 런던동물원이 코로나19탓에 눈물의 기부금 모금에 나섰다. 지난 달 20일 부로 보리스 존슨 총리가 '코로나19확산 방지'차원에서 전국 휴업령을 내리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문을 닫아 사상 최악 재정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런던동물원의 카트린 잉글랜드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동물원은 공공지원과 입장료 수입에 전적으로 의지한다"면서 "작년에 런던동물원과 산하 휩스네이드 동물원 입장료 수입이 2780만 파운드였는데 이걸로 동물들 먹이를 산다. 지금은 입장료 수입이 뚝 끊겼다"고 호소했다.
코로나19가 미국을 강타해 동물원과 수족관이 폐쇄된 가운데 시카고 셰드 수족관에서 펭귄 에드워드와 애니가 텅 빈 수족관을 돌아다니고 있다. /출처=셰드 수족관
신시내티 동식물원은 인기 동물인 하마 '피오나'가 그려진 티셔츠를 판매하는 식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출처=홈페이지
정부 지원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언제쯤 가능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동물원과 수족관은 대안을 찾는 중이다. 셰드 수족관은 방문객이 끊기자 고심 끝에 수족관 풍경을 온라인으로 공개해 인기를 끌고 있다. 펭귄들이 인적 끊긴 수족관을 돌아다니며 벨루가 고래를 바라보는 모습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신시내티 동식물원은 인기 동물인 하마 '피오나'가 그려진 티셔츠를 판매하고 셰드 수족관처럼 온라인 사회연결망(SNS)을 통해 동물들의 근황을 전달한다. 동물들을 본 사람들이 기부 버튼을 눌러준 덕에 12만3000달러를 모금했다고 동물원은 밝혔다.
각자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현실은 산 넘어 산이다. 동물도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미국 야생동물보호협회(WCS)는보도자료를 내고 "뉴욕 브롱크스 동물원에 사는 네 살짜리 암컷 말레이시아 호랑이인 나디아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호랑이 나디아는 지난 달 27일부터 코로나19 관련 이상증세를 보였고, 동물원 직원에게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나디아만 아픈 건 아니다. 자매 호랑이인 아술과 두 마리의 아무르 호랑이, 아프리카 사자 세 마리가 마른 기침을 보이는 등 이상 증세를 보였다.
브롱크스 동물원은 앞서 지난달 16일 폐쇄된 상태다. 동물원은 "나디아는 지금 식욕이 없을 뿐 서서히 나아지고 있으며, 나머지 호랑이와 사자들은 최종 확진 판정을 받지는 않았지만 이상 증세가 나아지는 중"이라고 전했다. 앞서 홍콩과 벨기에에서 반려동물이 감염된 사례가 나온 바 있다.
[김인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