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사망자 2만명 돌파 세계 최다...50개주 모두 재난지역 첫 선포
입력 2020-04-12 13:03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이탈리아를 넘어 세계 1위가 됐다.
미 존스홉킨스대와 월드오미터 등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내 사망자는 11일(현지시간) 2만명을 돌파했다. 10일에는 하루 사망자가 처음으로 2000명 선을 넘었다. 전세계 사망자의 5분의 1이 미국에서 발생한 셈이고 4월 1일부터 매일 최소 1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있는 것이다.
전날 50만명 선을 넘어선 미국내 감염자 수는 이날 52만명을 상회했다. 주별로 보면 확진자가 17만명을 넘은 뉴욕주가 압도적 1위를 기록 중이고 이어 뉴저지주, 미시간주, 캘리포니아주, 매사추세츠주, 펜실베이니아주, 루이지애나주, 일리노이주, 플로리다주 순이다.
이를 두고 코로나19 확산세의 정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추세 전환을 확신하긴 힘든 상태다. 워싱턴대 보건계량분석평가연구소(IHME)는 미국의 감염자 증가세는 11일, 사망자 증가세는 지난 10일로 각각 정점을 찍었다고 평가했다. 애초 14~15일을 정점으로 예상했다가 며칠 앞당긴 것이다.

하지만 미국 50개주 가운데 사망자가 가장 많은 뉴욕주는 아직 뚜렷한 감소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뉴욕주 사망자가 전날보다 783명 증가한 8623명이라고 밝혔다. 최근 5일간 하루 사망자는 최하 731명에서 799명 사이로 대동소이한 상태다.
쿠오모 지사는 "사망자 증가세가 평탄해지고 있고 집중치료를 위한 입원율이 처음으로 낮아졌다"면서도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가 6이닝에 있는지 하프타임인지 모른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경제활동 재개는 공중보건 문제인 동시에 경제적 문제지만 둘을 분리할 수 없다"며 "우리는 2차 파도가 밀려올지 여부를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뉴욕주 다음으로 타격이 큰 뉴저지주에서도 확진자 수가 하루 3600명이나 증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와이오밍주를 연방 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와이오밍주는 50개주 가운데 감염자 수가 가장 적고, 사망자가 없는 유일한 주다. 하지만 와이오밍주 역시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을 염려해 재정 지원 등을 위해 연방재난지역 선정을 요청했다. 미국 역사상 50개주 전체가 재난지역으로 정해진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국방부는 국방물자생산법을 활용해 N95 마스크 3900만장을 추가 생산하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2월에 이미 다양한 경로로 코로나19의 미국내 확산 가능성을 염려하는 내용의 보고를 받고도 이를 무시했다는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날 대표적인 반(反)트럼프 성향 언론인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 보좌진과 내각은 물론 정보기관들도 코로나19 위협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것을 권고했다"며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적, 정치적 고려를 하는 바람에 결정적 시간에 3주를 허비했다"고 주장했다. NYT에 따르면 이미 1월 초부터 대규모 재난을 우려하는 정보기관 보고서가 속속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 접수됐다. 이들 중 한 보고서는 시카고 크기 이상의 도시들에 대해 봉쇄를 포함한 강력 조치를 권고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등은 물론 친트럼프 성향인 폭스뉴스의 보도 태도까지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망해가는 뉴욕타임스나 아마존 워싱턴포스트는 익명 소스라며 이야기를 지어낸다"며 "그들을 믿지 말라"고 주장했다. 또 NYT가 중국이 아닌 유럽 입국자로부터 대규모 감염이 촉발됐다고 보도한 것을 가리켜 "중국에서 개처럼 쫓겨나더니 다시 돌아가고 싶은게 분명하다"고 비난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5월 1일을 목표로 경제활동 일부를 재개하려는 계획을 고수했다. 그는 이날밤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내가 지금까지 내린 결정 가운데 가장 곤란하고 어려운 결정이 될 것"이라며 "팩트(사실)와 본능에 기초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일터로 돌아가길 원한다"며 "각계에서 저명한 리더들로 위원회를 구성해 곧 공정하게 결정을 내리겠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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