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2.3조 써낸 윤종규…푸르덴셜생명 품었다
입력 2020-04-10 17:47  | 수정 2020-04-10 20:05
KB금융지주가 약 2조3000억원에 푸르덴셜생명보험을 인수한다. KB금융지주 이사회는 10일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 체결 및 자회사 편입승인 안건을 결의하고 이 보험사에 대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SPA에 따르면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 지분 100%를 2조265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푸르덴셜 측과 매각 주간사인 골드만삭스는 이번 거래를 특정 시점(Locked Box Date)을 기준으로 결정한 기업가치 평가액을 기준으로 매매대금을 미리 정하고, 가치 유출이 발생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매매대금의 조정을 허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기준 푸르덴셜생명의 기초 매매대금 2조2650억원에 거래 종결일까지 합의된 지분가치 상승에 해당하는 이자(750억원)가 더해지는 방식이다. KB금융의 푸르덴셜생명 100% 지분 인수금액은 주가순자산비율(PBR) 0.78배 수준이다.

이는 푸르덴셜생명 인수금액(2조2650억원)을 이 생명보험사 작년 말 순자산가치(2조9140억원)로 나눈 값이다. 지분가치 상승에 따른 이자까지 감안해도 PBR는 0.8배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KB금융의 푸르덴셜생명 인수 가격 수준이 2018~2019년에 이뤄진 신한금융의 오렌지라이프 인수·합병(M&A) 때보다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당시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 인수에 3조2570억원을 투입하면서 순자산가치 대비 PBR가 0.94배에 달했다. 보험 업계 환경을 제외하고 매매가격 기준으로 보면 KB금융이 신한지주보다 보험사를 더 싸게 인수했다는 뜻이다.
특히 그동안 KB금융은 대규모 M&A를 대비해 건전성 지표를 높여 놔서 이번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따른 부담도 작을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말 KB금융의 자기자본비율(BIS)은 14.5%로, 경쟁 중인 다른 금융지주사(11.9~14.0%) 대비 높은 수준이다.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 인수로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됐던 생명보험업을 강화했다. 자회사 KB생명 자산이 9조8000억원에 불과한 가운데 자산 21조원인 푸르덴셜생명이 더해지면서 보험 업계 '톱10'에 진입하게 된다.
이 지주사는 2014년 KB캐피탈을 시작으로 2015년 KB손해보험(옛 LIG손해보험), 2016년 KB증권(옛 현대증권)에 이어 올해 푸르덴셜생명까지 인수하며 보험 등 비은행 사업의 실적을 끌어올렸다. KB금융과 푸르덴셜생명의 작년 순이익은 각각 3조3118억원, 1408억원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보험사 인수로 올해 금융지주 순이익 1위 탈환을 노리게 됐다.
윤 회장은 작년 말 캄보디아 소액 대출기관 '프라삭' 지분 70%를 70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작년 순이익 1000억원을 올린 프라삭이 KB금융의 올해 연결재무제표에 잡히면 지분율(70%)에 따라 순이익 700억원이 추가된다. 여기에 푸르덴셜생명은 지분 100% 기준(1408억원) 순이익까지 추가되면서 올해 순이익 2108억원의 증가 요인이 발생한다. 이는 작년 순이익 기준 금융지주 1위 신한금융을 위협하는 요소다. 다만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에게도 '비장의 무기'가 있다. 작년까지 지분율에 따라 1606억원만 반영된 오렌지라이프 순이익이 올해 100% 반영되기 때문이다.
작년에 신한금융은 순이익에서 KB금융보다 917억원 앞섰다. 작년 실적을 올해 그대로 올린다고 가정하고 M&A와 지분율 상승을 반영하면 올해 추정 순이익에서 KB금융이 신한금융을 소폭 추월하게 된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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