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어제의 동지가 숙적으로`…민주 김성주 VS 민생 정동영
입력 2020-04-10 17:02 

어제의 동지는 오늘의 숙적이 됐다. 전북 전주병 선거구에서 맞붙은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정동영 민생당 후보 얘기다. 전주고, 서울대 국사학과 선후배이자 정치권 입문 당시 서로를 도왔던 두 사람이 지난 20대 총선에 이어 또 한 번 '전주병 혈투'를 벌인다.
한때 대선후보까지 올랐던 전북지역 거물 정치인 정동영 후보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지내며 절치부심한 김성주 후보의 대결은 전북 정치권 최대 관심사다. 지난 선거에선 정 후보가 989표(0.76%) 아슬아슬한 격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번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집권당의 힘'을 앞세운 김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4선 현역인 정 후보를 앞섰다. 정 후보 측은 선거 막바지 김 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 제기로 도덕성 공세까지 펼치면서 추격전에 나섰다. 선거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표심 향배에 관심이 집중된다.
김 후보는 '집권당의 일꾼'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전주 발전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전주 덕진구 우아중사거리 유세 현장에서 만난 그는 "2022년까지 1호 공약 '국제금융도시 전주'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할 것"이라며 "믿고 맡겨만 주신다면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전주 발전을 위해 모든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 후보는 '24년 베테랑 정치인'이란 점을 부각하며 민생당이 호남 정치를 지켜야 민주연합 정권이 더 공고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덕진구 모래내시장 유세 현장에서 만난 정 후보는 "민주당이 호남을 '싹쓸이'하면 문재인 정부에도, 전북 지역 발전에도 모두 독이 될 것"이라며 "호남에서 민생당을 지켜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민심은 지역별·연령별로 각양각색이었다. 주로 고령층에선 정 후보, 젊은 세대에선 김 후보를 택하는 경향이 강했다. 모래내시장에서 만난 70대 남성 박 모씨는 "전주에 정동영 만한 큰 인물이 어디 있느냐"며 "전주가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정 후보같은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60대 시장 상인 정 모씨는 "그동안 정 후보를 많이 밀어줬는데, 전주는 발전이 아니라 퇴보를 했다"면서 "전주 사람들 대부분은 민주당을 지지하는데, 정 후보는 민주평화당, 민생당으로 자꾸 옮겨 다녔다. 이번에는 김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아중사거리 인근에서 만난 40대 여성은 "김 후보가 국민연금 이사장을 할 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전주로 옮기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안다"며 "집권당 사람을 뽑아야 무엇 하나라도 지역 발전에 보탬이 되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밝혔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한 50대 여성은 "토론회나 유세하는 것을 보면 솔직히 김 후보 보다는 정 후보가 똑 부러지는 느낌이 있다"면서도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어주려면 김 후보를 뽑는 게 맞을 것 같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여론조사 결과는 김 후보 쪽으로 기울어 있다. KBS·한국리서치가 지난 6~8일 전주병 지역구 18세 이상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유선 9.4%, 무선 90.6% 전화면접)에서 김 후보는 지지율 56.8%로 정 후보(32.1%)에게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4.4%p) 이상인 24.7%포인트까지 격차를 벌렸다. 다만 유선전화 100%로 진행된 뉴시스 전북취재본부·코리아정보리서치 여론조사에선 두 후보간 지지율 격차가 비교적 좁았다. 지난 7~8일 7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김 후보는 47.2%, 정 후보는 37.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격차는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7%p)를 벗어난 9.3%p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참조)
김 후보는 "여론조사 수치에 연연하지 않은지 오래됐다. 끝까지 방심하지 않고 더 촘촘한 선거운동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전주 지역에서 정 후보의 무게감이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김 후보 측의 분석이다. 정 후보 측도 '해볼 만한 싸움'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정 후보는 "우리가 느끼는 현장 민심은 여론조사와 확연히 다르다"면서 "시간이 갈 수록 흐름이 넘어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거가 막바지로 갈수록 공방은 치열해지고 있다. 정 후보 측은 김 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정 후보는 지난 9일과 10일 잇달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김 후보가 대주주인 '한누리넷'과 관련한 관공서 입찰 담합 의혹 등을 제기했다. 정 후보는 "부도덕한 인물을 전주의 국회의원으로 뽑아선 안 된다"며 "유권자들이 '깨끗한 정치인'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 측은 "대응할 가치가 없는 네거티브 공세"라는 입장이다. 김 후보는 "한때 대선후보까지 했던 사람이 이제는 네거티브 공격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전북의 큰 정치인을 이제 떠나보내 줘야 할 때가 됐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전주 =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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