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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와 단절된 2주, 너무도 목마르고 고팠던 켈리
입력 2020-04-10 05:20  | 수정 2020-04-10 09:23
자가 격리 기간 야구, 동료, 스태프, 팀이 그리웠던 케이시 켈리는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마음껏 뛰었다. 사진(서울 잠실)=천정환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이상철 기자
‘야구선수를 직업으로 택한 후 이렇게 미치도록 야구가 하고 싶은 적이 없었던 케이시 켈리(31·LG)다.
2주의 시간도 참 길게 느껴졌다. 지난 3월 25일 입국한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및 확산 방지 차원에서 한국야구위원회(KBO)의 2주 자가 격리 권고를 받아들였다.
켈리가 지냈던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역유입을 우려한 정부가 강력하게 대처하던 때였다.
서운함은 없었다. 안전을 위한 당연한 조처였다고 판단했다. 켈리는 코로나19 사태는 글로벌 이슈”라고 강조하면서 상황이 악화한 만큼 (유연하게) 한국 정부와 KBO의 권고를 따르는 게 맞다. 무엇보다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타일러 윌슨(31), 로베르토 라모스(26)가 자가 격리 해제로 선수단에 합류한 8일에도 켈리는 홀로 숙소에 있었다. 부럽진 않았다. 하루만 더 참으면 문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무엇보다 바깥 공기, 따사로운 햇살이 그리웠다.
9일 잠실야구장으로 ‘출근하는 켈리의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 어깨도 춤을 췄다. 크게 미소도 지었다.


오지환과 임찬규를 비롯한 동료들의 환대에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켈리는 이렇게 좋은 야구장으로 다시 돌아오늬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라며 기뻐했다.

켈리가 가세하면서 LG는 올해 잠실구장에서 처음으로 ‘완전체 훈련을 진행했다. 첫날부터 켈리는 부지런히 움직였다. 훈련 프로그램도 빠짐없이 꼼꼼하게 소화했다.
머릿속에는 온통 야구 생각뿐이었다. 자가 격리 기간에도 ‘넷플릭스를 통해 ‘오자크 ‘하우스 오브 카드를 즐겨보며 지루함과 싸웠던 그는 2주는 너무 길었다. 계속 집에 머물러 있는 것도 즐겁지 않다. 야구공을 던질 수 없다는 건 무척 힘들었다. 그렇지만 최대한 집중하며 야구만 생각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구단이 제공한 운동기구를 활용해 몸을 만들었으나 야구에 대한 갈증은 더욱 커졌다. 2008년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의 지명을 받은 이후 이토록 야구가 하고 싶은 적이 없었다고.
켈리는 (고등학교 졸업 후 프로 무대에서) 12년 동안 야구를 했는데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어느 때보다 야구가 고프다”라고 밝혔다.
잠실구장에서 스트레칭, 러닝, 캐치볼 등 야구를 실컷 했다. 단, ‘경기를 뛸 수 있는 몸 상태는 아니다. 5월 초 개막에 맞춰 끌어올려야 한다. 켈리는 코칭스태프, 컨디셔닝트레이닝 파트와 조율하며 적절한 등판 시기를 결정할 예정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지난겨울 메이저리그 팀의 제의를 거절한 켈리는 KBO리그에서 두 번째 시즌을 치른다. 지난해에는 정규시즌 4위와 준플레이오프 탈락으로 아쉬움을 삼켰다. 올해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켈리는 올해는 더욱 경쟁력이 있는 팀이 됐다. 4·5선발은 물론 불펜도 좋은 투수가 많아졌다. 분명 우리에게 좋은 시즌이 될 것이다”라며 웃었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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