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유명 사립대 졸병이 고참 `대리 수능`
입력 2020-04-09 15:42 

현역 병사가 선임병의 부탁을 받고 지난해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리 응시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군 당국이 수사에 착수했다. 선임병의 강압에 의한 대리시험 여부와 해당 수능 고사장 시험감독관들의 수험생 확인업무 소홀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9일 군 당국에 따르면 공군 모 부대에 근무하는 A병사는 지난해 11월 서울 시내 한 고등학교 수능 고사장에서 당시 선임병인 B씨를 대신해 시험을 봤다. 수험표에는 A병사가 아닌 선임병 B씨의 사진이 붙어 있었지만, 시험 감독관의 신분 확인 절차에서 적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능시험 고사장에서는 응시원서와 수험표에 응시자 사진이 부착돼있고, 수험생들은 책상위에 주민등록증 신분증을 올려둬야 한다. 고사장 감독관은 응시원서를 들고다니면서 책상 위에 놓인 신분증과 수험생의 얼굴을 확인한다.
A병사와 선임병 얼굴이 닮았을 수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수험생은 머리카락·안경테 등으로 눈을 가리거나 모자로 머리를 가릴 수 없고, 1교시와 3교시 시작 전에는 더욱 면밀히 신분증을 대조하는 '본인 확인시간'이 있어 감독관이 충분히 본인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수능 대리시험이 적발된 것은 2004년 11월 치러진 2005학년도 수능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 2월 11일 국민신문고의 공익제보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되면서 처음 인지됐다. 서울시 교육청이 관련 제보를 넘겨받아 조사를 벌인 뒤 군사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서울 Y대학을 다니다 입대한 A병사는 신병훈련을 마치고 지난해 8월 해당 부대로 전입을 왔고 당시 선임병으로 근무한 B씨는 지난달 전역했다. 군사경찰은 우선 A병사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대가성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전역한 B씨는 서울시교육청이 경찰에 고발해 조사를 받게 됐다.
[박만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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