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단독] 은행 대출여력 25조 묶어버린 금감원
입력 2020-04-08 17:52 
은행들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금융 지원에 나서면서 대출 여력이 턱밑까지 차오른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국제 기준을 무시한 '자의적 판단'으로 국내 시중은행들 자금 25조원을 묶어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은행에 적극적인 대출을 독려하고 있는데, 감독당국인 금감원은 은행들의 '코로나 대출' 여력을 막아서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은행이 한은에 납입하게 돼 있는 '차액결제이행용 담보증권'을 '고유동성 자산'으로 분류하지 못하게 지도하고 있다. 이 담보증권 규모가 이달 기준으로 은행권 전체 25조4000억원에 달한다.
국내 은행들은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을 10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데, 고유동성 자산이 많아야 LCR를 높일 수 있다. 그런데 은행들이 한은에 맡긴 담보증권을 고유동성 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하다 보니 LCR가 낮아지고, 이 담보증권 금액만큼 대출 여력이 줄어든다.
문제는 이 같은 금감원 지도 규정이 글로벌 기준에 어긋난다는 점이다. 바젤은행감독위원회가 발표하고 금융위원회·금감원·한은이 번역해서 배포한 '바젤Ⅲ 기준서'는 "중앙은행·공공기관에 담보로 제공됐으나 사용되지 않았다면 고유동성 자산에 포함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해당 담보증권은 고유동성 자산에 포함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은이 수년 전 금감원에 LCR 산정 기준을 국제 기준에 맞출 것을 건의했지만 금감원은 지금껏 이를 무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용어 설명>
▷차액결제이행용 담보증권 : 은행 간 자금 이체를 보장하기 위해 은행들이 한국은행에 내는 담보를 말한다. 담보는 주로 국고채·통화안정증권 등 고유동성 자산으로 구성된다.
[최승진 기자 /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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