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풍선효과 빠진 부산…13억 낮춘 급매물도
입력 2020-04-08 17:21  | 수정 2020-04-08 19:18
지난해 말 조정지역에서 해제되며 매수세가 몰렸던 부산 해운대 고가 아파트 급매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부산 해운대 신축 주거단지인 엘시티와 주변 전경. [사진 제공 = 포스코건설]
코로나19 충격파로 서울 초고가 주택이 수억 원씩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 규제의 풍선효과가 거세던 부산에서도 고가 아파트 위주로 급락세가 나타나고 있다. 해운대 초고층 아파트가 10억원 이상 떨어진 급매물이 나오는가 하면, 입주를 앞둔 신축 분양권이 마이너스 프리미엄으로 시장에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조정지역에서 해제되면서 가격이 상승하던 부산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는 모양새다.
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해운대두산위브더제니스 전용 222㎡ 74층이 25억1827만원에 손바꿈됐다. 종전 최고가(2018년) 41억4340만원에 비하면 16억2000만원 낮은 금액에 거래됐다. 이 물건은 지난해에만 해도 35억~37억9800만원에 거래됐다. 최고가에서 16억원 가까이 급락하면서 올해 예정 공시가(24억원)와는 1억원 차이밖에 안 난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이번에 거래된 아파트는 시공사(두산건설) 보유분이다. 이 중개업자는 "회사 보유 물량이 두세 건 더 있는데 30~40% 빠진 가격이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적자에 빠진 두산건설이 자금 마련을 위해 자산을 처분하면서 회사 보유분으로 갖고 있던 물량을 급하게 시장에 내놓았다고 본다. 그러나 사실상 30% 이상 가격을 낮춰도 매수자를 구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이 아파트 전용 157㎡는 지난달 17일 종전 최고가보다 5억원 가까이 낮은 11억원에 손바꿈됐다. 전용 156㎡는 지난해 12월에만 해도 20억~21억원대에 거래됐으나 현재 13억~16억원대에 매물이 나와 있다. 지난해 완공된 초고층 아파트 엘시티도 161㎡는 지난달 26일 종전 최고가에서 4억원 가까이 하락한 18억7000만원에 팔렸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서울 강남에서 하락세가 시작돼 부산·경기 등 다른 지역으로 번졌다. 서울에서도 30억원 넘는 주택들은 종전 최고가보다 20% 하락한 가격에 손바꿈되고 있다. 서울 서초 트라움하우스 3단지(전용 273㎡)는 종전 최고가보다 8억원 낮은 40억원에 팔렸다. 이촌동 래미안첼리투스(124㎡)도 지난달 7억6000만원이나 하락한 27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부산 분양권 시장도 된서리를 맞고 있다. 지난해 말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이후 단기 급등했지만 매입했던 투기 수요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것이다.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물건을 던지는 사례가 곳곳에서 관측되고 있다. 5월 입주 예정인 부산진구 범천동 소재 서면3차 봄여름가을겨울 전용 59㎡와 84㎡ 매물은 최근 300만~800만원 하락한 가격을 기반으로 손바뀜을 기다리는 매물이 등장했다. 당장 현금이 필요한 분양권 보유자가 값을 깎아도 좋으니 빨리 팔아만 달라고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올해 8월 입주 예정인 명지포스코더샵 오피스텔은 전 평형에 걸쳐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매물이 속속 나오는 추세다. 분양가 2억원 안팎에 팔렸던 오피스텔이 500만~1000만원가량 할인된 가격에 주인을 찾고 있다. A중개업소 관계자는 "아파트를 계약하려던 실수요자가 시세가 떨어진다고 판단해 좀 더 지켜보겠다며 속속 발을 빼고 있다"고 말했다.
조정지역 해제가 밀어올린 부동산 시세 풍선효과가 4개월 만에 바람이 빠지고 있는 것.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조정지역에서 해제된 후 집값이 상승하던 부산은 지난달 9일부터 마이너스로 하락 반전했다.
[홍장원 기자 / 이선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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