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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신승훈 "30년 맛집? 음악으로 실망시키지 않을 것"
입력 2020-04-08 08:00  | 수정 2020-04-08 12:13
신승훈은 스페셜 앨범 `마이 페르소나스`를 통해 30년째 현재 진행형인 음악 여정을 보여준다. 제공|도로시컴퍼니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8일 공개되는 신승훈 스페셜 앨범 마이 페르소나스(My Personas)는 30주년을 기념해 내놓는 특별한 앨범이지만 여느 스페셜 앨범과 달리 따끈따끈한 신곡들로 꽉 채워졌다. 지난 시간의 영광을 기념하는 앨범이 아닌, 현재 진행형인 신승훈의 음악성을 보여주는 앨범이라 할 만 하다.
타이틀곡은 여전히 헤어짐은 처음처럼 아파서와 그러자 우리 두 곡이 더블 타이틀로 낙점됐다. 두 곡 모두 이별의 아픔을 노래한 곡이지만 곡 전반에 흐르는 감정선은 미묘하게 다르다. 신승훈은 "타이틀곡 선정을 위해 모니터링을 했는데 절대적으로 5대 5로 갈려 더블 타이틀로 하게 됐다"면서 "여전히 헤어짐은 처음처럼 아파서(이하 여헤처)가 이별을 마주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았다면, 그러자 우리는 여자의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여헤처는 너 울어? 그럼 더 울려줄게 식의, 전형적인 신승훈 발라드예요. 굴삭기처럼 감정을 파고드는 곡이죠. 반면 그러자 우리는 너 울어? 내가 옆에 가만히 있어줄게 하는 노래죠. 먹먹함을 표현했어요. 먹먹하고 잔잔한 슬픔이 더 슬플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데, 듣고 판단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수록곡 중 늦어도 11월에는은 모처럼 선보이는 신승훈표 재즈 넘버로, 영화 라라랜드에서 영감을 받아 30분 만에 작곡한 곡이다. 1년 열두 달을 인생에 비유해 신승훈의 생각을 가사로 표현했다.
"가수 신승훈과 인간 신승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거기엔 결혼 이야기도 있죠. 도대체 언제 (장가)갈거냐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만약 내 삶에 사랑이 온다면 늦어도 11월에는, 이라고 표현한 곡이죠. 저에게는 자화상 같은 곡이에요."
가수 신승훈은 '30년 맛집'이라는 표현에 대해 쑥스러워하면서도 "실망시키지 않는 음악을 하겠다"는 다짐을 남겼다. 제공|도로시컴퍼니
이밖에 내가 나에게는 신승훈이 스스로에게 전하는 응원가로, 더블 타이틀곡 외 신승훈이 꼽은 마음 속 타이틀곡이다. 또 이또한 지나가리라는 힘든 시간을 겪는 모든 이에게 전하는 신승훈의 위로송으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시국인 만큼 선공개곡으로 선보이며 팬들에게 위로와 마음의 응원을 건넸다.
무엇보다 신승훈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30주년 기념 프로젝트에 차질이 생긴 상황. 애초 4월 시작 예정이던 전국투어 2020 THE신승훈SHOW : 미소속에 비친 그대 개막 시기가 두 달 뒤인 6월로 미뤄진 상태다. 그는 "30주년이니까 몸이 힘들더라도 뭔가 벼르고 해보려 했는데 시련이 왔다"면서도 "전화위복이라 생각한다. 하루 빨리 코로나19가 극복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음악인으로 살아온 그에게 음악이란 어떤 의미일까.
"예전에는, 밥같고 공기같다는 얘기를 많이 했는데, 저에게 음악이란 애증의 관계예요. 음악 때문에 너무 힘들고, 너무 좋고, (좋은 음악이) 안 나올 땐 핑계도 대게 되고 그랬죠. 왜 좋은 음악을, 좋은 영감을 안 내어주냐고 (음악에게) 투정도 많이 부리고요. (음악과) 서로 잘못하고, 서로 반성하고, 서로 화해하고, 서로 잘 되려 노력하고, 서로 우정을 쌓으면서, 음악과 나 사이의 매개체인 멜로디가 대중에 전달돼 사랑받고 한다면, 음악과 서로 잘 했어~ 하면서 칭찬하고. 아직 살아있네~ 하면서 이야기하는 사이죠."
특정 장르에 머무르지 않고 다채로운 도전을 이어온 지난 30년. 어느새 신승훈에 대해서는 장인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게 됐다. 그는 "10년 동안 스타로 살았고, 10년 동안 뮤지션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10년은 프로듀서와 나의 길을 완성하기 위한 길을 가고 있는데, 그 변화가 좋은 변화로 남겨졌으면 좋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가수 신승훈이 데뷔 30주년을 맞아 오는 6월부터 데뷔곡 제목인 '미소 속에 비친 그대'와 동일한 타이틀의 투어 공연을 펼친다. 제공|도로시컴퍼니
특히 발라드를 잘 하는 30년 맛집 신승훈을 소개하는 셀프 홍보문구를 부탁하자 그는 쑥스러운 듯 기분 좋은 미소를 보이면서 신뢰라는 단어를 꺼내놨다.
"맛집이라. 왜 맛집이었을까요. 맛있었으니까 30년 맛집이겠죠? 음, 아마 신뢰일 거예요. 이 집에선 뭘 먹어도 맛없지 않다, 너무 맛있진 않아도 실망하지 않는? 그런 의미에서, 홍보문구에는 지금까지 실망시키지 않았고, 앞으로도 실망이 없을 겁니다라고 할 거예요. 맛집이라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을 때 엄청난 호평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실망시키지 않는 음악을 할 거라고요. 내가 신승훈 노래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신승훈 노래가 사랑받는다는 건 인정한다는 이야기도 있었거든요. 예를 들어 나는 게장 싫어 이러다가도 막상 먹어보니 나쁘진 않네라고 하는, 재방문 의사 있냐 물었을 때 있다는 답을 듣고 싶어요."
가수 신승훈의 지난 30년을 한 마디로 압축해 표현해달라 하자 "너무 가혹하다"고 혀를 내두르면서도 담담하게 "그래 신승훈, 너다웠어"라고 답했다.
"잘 싸웠고, 타협도 안 하고, 억울해하면서도 잘 참았고. 그렇게 해왔던 것 같아요. 자만이 아닌, 자부심은 충분히 있었고, 자부심에 대한 걸 지키려 했죠. 그래, 너다웠어. 30년 음악 인생을 그렇게 표현하고 싶네요."
인터뷰 말미에는 "남들보다 더 잘 하려고 고민하진 않겠다. 다만 지금의 나보다 더 잘 하려고 애쓰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50대 중반의 나이를, 30년이라는 데뷔 연차를 초월해 현재 진행형일 수밖에 없는 담백한 다짐에 문득 미소를 머금게 된다. 기.승.전 미소 속에 비친 그대, 신승훈이다.
psyo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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