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중소 상장사의 분통…"감사선임 주총, 8개월새 3번"
입력 2020-04-07 17:51  | 수정 2020-04-07 23:11
불과 8개월 사이에 세 번째 감사 선임에 나선 회사가 나왔다. 3% 룰로 인해 의결정족수 확보가 불가능한 구조를 만든 상법 때문이다. 회사는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했다. 전자투표를 도입했고 임시주주총회도 수시로 개최했다. 주총 준비에 직원들의 시간과 적지 않은 비용이 투입됐다. 하지만 이번 주총에서도 감사 선임이 계획대로 될 것이란 보장은 없다.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감사 선임 부결은 불가피하다. 학생복 업체인 코스피 상장사 형지엘리트 얘기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형지엘리트는 다음달 15일 임시주총에 감사 선임 안건을 올렸다. 형지엘리트 측은 "지난해 9월 정기주총과 지난달 30일 임시주총에서 의결 주식 수 부족으로 감사 선임이 부결됐다"며 "전자투표와 전자위임장 도입 등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밝혔다. 형지엘리트는 6월 결산법인이다.
형지엘리트 대주주 측 지분은 32%지만 감사 선임 때는 의결권이 발행 주식 수의 3%로 제한된다. 안건 통과를 위해선 소액주주 지분 22% 이상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확보하는 게 힘들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주총 결의 요건은 발행 주식 총수 중 4분의 1 이상 찬성과 출석 주식 수 중 과반 찬성이다.
형지엘리트 관계자는 "의결권을 확보하려면 8000명 넘는 주주를 직접 찾아다녀야 하는데 기업으로선 여기에 인력과 비용, 시간을 투입할 여유가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형지엘리트는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달까지도 학교 등에서 교복 대금 지급이 늦어지면서 전국 대리점들도 비상인 상황이다. 교복 문제로도 어려운데 감사 선임 안건까지 챙겨야 하는 형국이 됐다.

형지엘리트로서는 8개월 새 주총을 세 번이나 치르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주총을 열 때마다 300만원의 공증수수료와 등기비용, 주총장 대관료, 주총 보고서 인쇄비용 등이 소요된다. 주총 담당 직원의 노동력도 회사로선 비용이다. 의결권 확보 대행업체 이용료도 억 단위다.
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달 막을 내린 12월 결산법인 정기주총에서 상장사 315곳이 감사 선임에 실패했다. 코스피 65곳, 코스닥 250곳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감사 선임 안건 부결 비율은 유가증권시장 14%, 코스닥 39%였다. 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상법상 상장회사 주총 결의 요건을 발행 주식이 아닌 출석 주식 수 기준으로 완화해야 한다"며 "감사 선임 시 3% 초과 의결권 제한 규정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 <용어 설명>
▷3% 룰 : 상장사 감사·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주요 주주가 의결권이 있는 발행 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한 규정이다. 주요 주주의 3% 초과분은 발행 주식 총수에서도 제외된다.
[이윤재 기자 / 정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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