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수도권서 재개발 급매…웃돈 수천만원 `뚝`
입력 2020-04-07 17:11 
최근 수천만 원 떨어진 급매물이 나오는 수원 팔달8구역 재개발 현장. [정지성 기자]
서울 부동산 규제에 대한 풍선효과로 매물이 귀했던 수도권 재개발 시장에서 최근 급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서 수도권 재개발 역시 '오를 대로 올랐다'는 심리로 투자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원 광명 인천 등 수도권 풍선효과를 주도했던 주요 도시 재개발 사업장에서 프리미엄(웃돈)이 수천만 원씩 빠진 조합원 입주권 급매물이 자주 나오고 있다.
먼저 수도권 풍선효과를 이끌었던 수원에선 수원 팔달6·8 재개발 구역 위주로 프리미엄이 올 초보다 2000만~3000만원가량 빠진 급매가 나오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프리미엄 3억원대 중반에 거래되던 팔달8구역(매교역 푸르지오 SK뷰) 59㎡형 입주권이 최근에는 3억2000만원 선까지 떨어졌다. 수원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이 4000만원까지 빠진 초급매 매물도 가끔 나온다"며 "이런 초급매 매물은 나오자마자 현장에서 바로 거래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웬만한 신도시 규모인 광명뉴타운이 조성되는 광명도 분위기가 비슷하다. 광명뉴타운에서 가장 규모가 큰 광명11구역에서 연초 3억원 근처까지 올랐던 프리미엄이 최근 2억원대 중반까지 떨어진 급매물이 자주 나오고 있다. 광명1구역도 2억원대 초반까지 프리미엄이 내려왔으며, 광명9구역은 프리미엄이 2억원 미만까지 급락했다.
최근 수도권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인 인천 재개발 구역에서도 호가가 2000만원까지 떨어진 급매가 나오고 있다. 최근 투자자가 많이 진입한 상인천초교 재개발의 경우 프리미엄이 최고가에서 5000만원까지 빠지기도 했다. 인천 부평4, 부개서초, 다복마을 재개발 구역 등에서도 급매가 나오는 분위기다.
현재 수도권 주요 도시 아파트 시세는 보합권에 들어선 서울과 달리 아직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재개발 입주권이 아파트 시세보다 먼저 떨어지는 것은 실거주자보다 투자자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재개발 지역 주택은 아무래도 주거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실거주 목적보다는 시세차익을 노린 다주택자의 투자 목적 매매가 많다.
재건축과 비교하면 조합원 지위 양도 조건도 덜 까다롭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 재건축은 조합 설립 이후엔 전매(조합원 지위 양도)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재개발은 투기과열지구에 있더라도 관리처분계획인가 전이라면 얼마든지 거래할 수 있다. 이마저도 2018년 1월 24일 이전 최초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은 구역일 경우 아예 양도 제한이 없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재건축에 비해 재개발은 초과이익환수제 같은 규제가 없기 때문에 사업 막판에 분담금이 급격히 늘어나지 않는 장점이 있다"며 "흔히 '뚜껑'으로 불리는 무허가 건물에 소액 투자도 가능하기 때문에 투자 접근성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재개발 급매가 늘어나는 분위기에 군침을 흘리는 투자자도 많다. 주식처럼 '저점 매수'가 가능한 기회라고 보기 때문이다. 한 재개발 전문 투자자는 "코로나19 확산이 잦아들어 경기 충격이 진정되면 가격이 반등할 것으로 판단돼 추가 매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수도권 재개발 급매가 나오더라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부동산 시장 또한 장기적 침체를 피할 수 없다. 이 경우 단기 회복세가 가파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재개발 투자에도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 <용어 설명>
▷ 조합원 입주권 : 재개발 구역 내 보유 지분(토지)을 가진 사람이 조합원 분양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보유 지분의 감정가에 시세에 맞는 프리미엄(웃돈)을 얹어 거래된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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