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등록금은 `그대로`, 강의자료는 `도용 또는 재활용`…대학가 `재난시국선언`
입력 2020-04-07 14:56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재난시국선언`을 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원격 강의로 말미암은 문제점 등을 토로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코로나19 여파로 대학들이 원격 강의를 시작한 지 3주 정도 지난 가운데 "강의가 부실하다"라며 등록금 반환과 함께 대안 마련을 촉구하는 대학생들의 재난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전국 26개 대학 총학생회로 구성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는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코로나19 대학가 재난시국선언'을 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금 대학가는 아무 대책이 없는 재난 상황"이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메시지 수만 개가 쏟아졌고,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13만명 이상이 참여했지만, 교육 당국은 각 대학에 책임을 미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를 필두로 7일 오전 11시에 성신여대, 오후 2시에 숙명여대가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다른 대학들도 오는 8일부터 차례로 시국선언을 할 예정이다.
전대넷 측은 앞서 지난 3월 대학생 1만4785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대응 대학가 대책 관련 전국 대학생 긴급 설문조사'를 시행한 바 있다.
해당 조사에서 응답자의 65%가 학사 일정 조정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했다고 답했다. 또 49.4%가 실기·실험·실습 등 온라인 대체가 불가한 수업의 대안이 미비하다고 지적했고 85.2%는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고 투표했다.
△서울 소재 한 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 등록된 게시물이다. 글쓴이는 학교 운영비 사용내용의 투명한 공개와, 추후 학사일정에서 학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게 조처해 달라고 요구했다. [사진 출처 = 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캡처]
대학가 온라인 커뮤니티의 반응도 전대넷의 설문조사 결과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에 있는 한 대학에 다니는 A씨는 "사이버 강의가 정말 싫다. 코로나19 때문에 학교에 가면 안 되는 것은 우리도 잘 알지만, 지금 사태가 발생한 지 몇 달째 방안을 안 내놓는다"고 전했다. 이어 "440만원 정도 되는 등록금 내면서 학교 다니는데 실기실도 못 쓴다"며 "등록금을 좀 돌려주던가, 아니면 실기실 없으면 수업 안 되는 곳에 방안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모 대학 법학과에 재학 중이라고 밝힌 누리꾼 B씨는 "학교 운영비 전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추후 계획이나 학사일정·성적과 관련해 학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는 쪽으로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다른 누리꾼 C씨가 "등록금 전액 환급 기한 전에 신입생도 본인 의사에 따라 휴학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주요 포털에서도 누리꾼들의 반응은 유사했다.
한 누리꾼(unsh****)은 "대학들이 준비가 안 되어 있는데 단기간에 전부 온라인 강의로 돌렸다"며 "(원격) 수업의 질을 기존 것과 같이 가져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학 등록금이 한두 푼도 아니고 반환에 대해서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시기"라고 전했다.
한편 일부 대학교수들이 기존 수업 자료를 그대로 재활용하거나, 타 대학 수업 자료 등을 도용한 사례가 잇따라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에 있는 한 대학의 교수는 16년 전 강의를 원격 강의에 재사용한 것으로 전해졌고, 경기도 소재 D대와 Y대 교수들이 타 대학 강의 자료 등을 도용한 사실도 본지에 제보했다.
Y대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우리 학교 수업 중에 서울에 있는 한 여대 인터넷 강의를 대신 들었다"고 전했다.
현황이 이렇다 보니 특정 대학만의 문제라고 단순히 치부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대학들은 등록금 반환 등과 관련해 대체로 부정적이거나, 논의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 등록금을 두고 "아직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강의 자료 재활용·도용 등에 대해서는 "개강 초기에 빚어진 시행착오"라며 "수정과 보완을 지속해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학 관계자는 "대학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학생이 우선"이라며 "교육에 차질이 없도록 강의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이상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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