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故 조양호 1주기 맞은 한진그룹…경영권 갈등·코로나 사태 `빨간불`
입력 2020-04-07 09:31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 제공 : 한진그룹]

오는 8일로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세상을 떠난 지 1주기가 된다. 별세 전 총수일가의 잇따른 갑질 논란과 검경 조사로 경영권마저 흔들리면서 주주 손에 끌어내려진 첫 대기업 총수라는 불명예를 안았지만, 대한항공을 글로벌 항공사로 키워내면서 국내 항공산업 발전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 그다.
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조 회장 1주기를 맞아 오는 8일 오후 경기 용인시 하갈동 신갈 선영에서 추모 행사를 연다. 행사에는 그룹 경영진과 임원 일부만 참석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차녀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도 참석한다.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 갈등 중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故 조중훈 회장의 장남으로 지난 1992년 대한항공 사장에 오른 뒤 1999년 대한항공 회장, 2003년 한진그룹 회장직에 연달아 올라 한진그룹을 이끌었다. 그는 글로벌 항공동맹체인 스카이팀 창설을 주도하고 국제항공운송협회에서도 대한항공을 핵심 항공사로 끌어올렸다. 대한체육회 부회장에 이어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올림픽 유치를 이끌기도 했다. 항공업을 통한 한미 양국 관계 발전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한미 친선 비영리단체인 코리아 소사이어티가 수여한 '밴 플리트상'을 사후 수여받았다.

다만 국내 1위 한진해운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업황이 악화되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가 결국 2017년 파산했고, 2014년 장녀인 조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논란에 이어 2018년 차녀인 조 전무의 '물컵 갑질' 논란으로 한진그룹 총수일가가 사회적 뭇매를 맞은 점은 한계로 꼽힌다. 각종 갑질 논란과 수백억원대 상속세 탈루·비자금 조성 의혹, 불법 고용과 밀수입 혐의 등으로 검찰 포토라인에 한진그룹 총수일가가 자주 등장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말년에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해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 회장직을 내려놓는 상황이 됐다.
문제는 조 회장 별세 이후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적은 지분이 경영권 사수에 발목을 잡으면서 남매간 경영권 분쟁으로 커졌다는 점이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조원태 회장이 (조 회장의) 공동경영 유훈과 다르게 한진그룹을 운영하고 있다"며 사모펀드 KGCI, 반도건설과 3자 연합을 구축해 조원태 회장 퇴진을 요구하며 반기를 들었다.
지난달 27일 열린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이 주주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으며 사내이사로 재선임됐지만, 3자 연합은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사들이며 다음 주총을 준비하고 있다. 우호지분을 어디까지로 보냐에 따라 계산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이미 3자 연합 지분이 조원태 회장 우호지분을 앞질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년 초에는 조원태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올라 있어 조원태 회장으로서는 또 한 번 경영권 사수에 나서야 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사진 제공 : 한진그룹]
경영상황마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한일갈등에 따른 일본여행 급감과 홍콩시위로 항공 수요가 크게 줄어든 데 이어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사상 초유의 글로벌 항공업계 위기가 도래하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현재 국제선 운항 횟수가 90%가량 줄었고 대한항공 여객기 3분의 2 이상이 하늘을 날지 못하고 공항에 서 있다.
대한항공은 외국인 조종사를 대상으로 무급휴가를 의무적으로 실시한 데 이어 전 직원을 대상으로 돌아가며 쉬는 순환근무를 시행할 예정이다. 앞서 비행이 없는 객실승무원 등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실시했다.
대한항공이 올해 갚아야 하는 차입금은 4조4594억원에 이른다. 한진그룹 지휘봉을 잡고 있는 조원태 회장으로서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라도 경영위기를 타파해야 해 어깨가 무겁다. 조원태 회장은 고강도 재무구조 개선을 비롯해 경영정상화 및 지배구조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한진칼과 대한항공 이사회 의장에 사외이사를 선임하며 지배구조 개선에 시동을 걸었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올해 안에 대한항공이 소유한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지분,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부지를 매각하기로 했다.
한편 한진그룹은 조 회장 1주기를 맞아 추모사업을 기획 중이다. 지난 2월에는 추모사업 일환으로 이화여대 섬유화질환 제어 연구센터와 협약을 맺고 해외학회 참석자와 강연자 초청 등에 항공권을 후원하기로 결정했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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