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치권 압박에 꼬리내린 `배달의민족`
입력 2020-04-06 16:15  | 수정 2020-04-06 17:08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지난 1일 도입한 '오픈서비스(배달매출의 5.8% 수수료 부과)' 요금체계 논란에 전격 사과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6일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수수료 정률제는 소상공인들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더불어민주당과 경기도 등 여권에서 "독과점의 횡포를 제재해야 한다"는 맹공격이 이어지자 바로 고개를 숙인 것이다. 배민 측은 개편안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해 4월 수수료 절반을 상한액 없이 전액감면하겠다고도 밝혔다.
일부 대형업체가 광고 노출을 독식하는 기존 요금 체계를 개선해 공정거래위원회의 '배달의민족-딜리버리히어로' 기업결합 심사에서 우호 지분을 획득하고자 했던 배민의 계획은 시작부터 꼬이게 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 5일 "배민 수수료 개편은 아직 기업결합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기업결합의 효과로 이번 조치가 나왔는지 여부에 따라 결합심사에 참고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수수료개편이 의도와 달리 4조7500억원에 달하는 기업결합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외국계 투자자와 배민 본사 간에 긴밀한 논의가 이루어졌고 바로 후속조치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우아한형제들은 6일 김범준 대표 명의의 입장문에서 "코로나19로 외식업주가 어려워진 상황을 헤아리지 못하고 새 요금 체계를 도입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한다.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기존 요금 체계의 허점을 이용해 일부 업소가 광고 노출과 주문을 독식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새로운 요금 체계를 도입했으나, 코로나19로 국내 자영업자들이 매출 감소 직격탄을 맞고 있는 점을 감안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김 대표는 "일부 업소가 광고 노출을 독식하는 '깃발꽂기' 폐해를 줄이기 위해 새 요금 체계 도입했지만 자영업자들이 힘들어진 상황 변화를 두루 살피지 못했다"며 "영세 업소와 신규 사업자일수록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는 개편 효과에만 주목하다보니 비용 부담이 갑자기 늘어나는 분들의 입장은 세심히 배려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배민 측은 즉각 새 요금제인 '오픈서비스' 개선책 마련에 나서겠다고도 했다. 김 대표는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분들에 대한 보호 대책을 포함해 여러 측면으로 보완할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 요금제 도입 후 5일간의 데이터를 비교 분석해보면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업주와 줄어드는 업주의 비율의 거의 같게 나타나고 있다"며 "데이터가 축적되면 향후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배민은 이달 1일부터 기존의 '정액제(8만8000원)' 방식이었던 '울트라콜' 광고 방식에서 주문 성사시 배달 매출의 5.8%의 수수료를 떼는 '정률제' 요금체계를 신규 도입했다. 기존엔 매출 규모와 상관없이 일정 금액을 냈지만, 정률제가 적용되면 매출이 높은 가게일수록 수수료 부담이 늘어난다. 우아한형제들은 14만여 입점 업주 가운데 10만여 업주가 이 요금체계에 편입됐고, 새 제도가 기존 오픈리스트보다 1%포인트 낮게 책정돼 앱 내 52.8% 가량의 업주들 부담을 덜어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상공인연합회는 물론 여권에서는 이번 수수료 개편이 소상공인에 큰 부담이 된다며 비난의 날을 세웠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공정한 시장경제질서를 어지럽히는 독점과 힘의 횡포를 억제하는 것은 공정거래위원회만이 아니라 지방정부를 포함한 모든 정부기관의 책무"라며 "공공앱 개발 등 지금 당장 경기도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해 나가겠다"고 했다. 민주당도 6일 '배민 때리기'에 가세했다. 김진표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비상경제대책본부장은 이날 "외식업계에서는 배달의민족이 자기 배만 불리는 민족이 되면 안 된다는 비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본부장은 "농락당하는 외식업 사장들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어서 모든 국민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착한 수수료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며 "음식 주문을 할 때 배달 앱으로 하지 말고 업소 전화번호로 직접 하는 소비자 운동에 더 많은 시민이 동참하기를 권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정부에서도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배민 수수료 인상에 대해서는 팩트체크를 하겠다"면서도 "(이재명 경기지사처럼) 공공 배달앱을 만드는 방식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경계했다. 이어 "배민 주장에 의하면 (이번 개편으로) 전체 업주들의 53%가 수수료 부담을 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며 "배민 입장에선 과거 제도든 지금 제도든 (업주들) 매출에 큰 차이가 없는데, (외식업을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전 제도로 하면 규모가 큰 식당에 혜택이 돌아가고 바뀐 제도로 면 영세한 상인들이 더 이득을 보게 된다고 했다"며 배민 측으로부터 입장을 전달받았음을 내비쳤다. 박 장관은 결론적으로 "(배민에) 그 데이터를 뽑아달라 해서 자기네도 데이터 추이를 보려면 일주일이 걸린다고 한다"며 "일주일 후 데이터를 받아보려고 한다"고 추후 추가 대응 여지를 남겨뒀다.
정치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면서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이전 요금 체계 개편으로 우호적인 여론을 확보하고자 했던 배민의 계획은 다소 꼬이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배민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요금체계를 개편한 것은 공정위 심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전에 소상공인에게 더 득이 되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배민도 절반이 넘는 52.8%의 업주의 부담이 덜어졌다고 밝히지 않느냐"며 "그러나 계획과 달리 코로나19 장기화 상황에서 여론이 극도로 나빠지고, 여당까지 나서 때리기에 나서니 두손 든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수수료 기반 서비스를 영위하는 업체들은 수수료를 올리느냐 내리느냐 문제가 숙명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여전히 배민의 수수료가 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최희석 기자 /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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