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 전략비축유(SPR) 대량구매는 실현될까?
입력 2020-04-06 14:08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석유 수요 위축이 진행되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의 유가전쟁 발발로 유가가 한때 배럴당 20달러 아래로 추락했다. 이 같은 유가 수준이 가장 달갑지 않은 것은 미국이다. 미국은 셰일 생산량 확대로 인해 2018년 이후 석유 순수출국으로 전환됐지만, 여전히 사우디를 비롯한 주요 산유국에 비해서는 생산단가가 최소 3배 이상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유가수준이 장기화 된다면,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미국 셰일 생산기업들의 줄도산이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내 에너지 산업 회복을 위해서라도 유가를 적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략비축유(SPR)를 가능한 최대치까지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산업·경제 피해 회복을 위해 마련한 2조달러 이상의 재정 부양책에 SPR 확보 자금이 포함되지 않아 당장 실현되지는 못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미국이 선언한 SPR 대량 구매 계획 이행까지 상당한 절차가 남아 있음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어, 향후 유가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국제 원자재 시장 전문기관인 코리아PDS의 최은지 책임은 연구보고서를 통해 "미국은 일시적 국내 수급 불균형 완화와 휘발유 가격 안정, 재정적자 축소 등을 위해 1985년 이후 20차례 이상의 크고 작은 SPR 방출을 행한 바 있다"면서도 "2000년 이후 대규모 방출은 단 3차례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미국내 심화되고 있어 2분기를 비롯한 올해 국내총생산(GDP) 악화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은 원유 매입에 쓸 예산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주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미국내 석유 시추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해 3000만배럴의 SPR 저장공간을 임대할 계획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대해 최 책임은 "SPR 임대를 위한 첫 원유 납품은 4월말 또는 5월에 이뤄질 것"이라며 "이에 따라 미국 에너지 생산기업들의 숨통을 터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코리아PDS는 "코로나19와 유가 전쟁의 이중고 속에서 미국 셰일 산업은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며 "이러한 상황하에서 미국 에너지부의 SPR 확보는 유가의 안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2분기내 SPR 확보 움직임이 현실화 되지 않는다면, 유가회복은 연내 쉽지 않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코리아PDS는 전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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