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쌍용차 대주주 마힌드라 신규 투자 철회…정상화 계획 전면 백지화
입력 2020-04-04 16:16  | 수정 2020-04-11 17:05
쌍용자동차가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의 신규투자 거부로 9년 만에 다시 생존 위기에 처했습니다.

쌍용차는 마힌드라와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아 2022년 흑자전환을 달성할 계획이었으나 마힌드라가 손을 놔버리며 앞날이 불투명해졌습니다.


◇ 마힌드라, 쌍용차 정상화 지원계획 철회

쌍용차 모기업인 마힌드라 그룹의 자동차 부문 계열사 '마힌드라 & 마힌드라'는 3일 특별이사회를 열어 쌍용차에 신규자본을 투입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3개월간 최대 400억원의 일회성 특별 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고려하도록 승인했습니다.


마힌드라는 이사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을 받은 여러 사업 부문에 자본을 배분하는 방안을 논의한 끝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마힌드라는 그동안 쌍용차 지원 의지를 강조해왔습니다. 작년 말 쌍용차 노조와 면담을 하며 2천300억원 직접투자 계획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올해 1월엔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이 방한해서 신규자금 투입과 포드와의 글로벌 제휴 등을 통해 3년 후 흑자 전환에 성공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이목희 부위원장,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문성현 위원장을 만나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고엔카 대표는 2월 인도에서 현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앞으로 3년간 5천억원을 투입해 쌍용차를 정상화하겠다"면서 투자 의지를 거듭 확인했습니다.

당시 쌍용차는 이에 관해 마힌드라 투자 2천300억여원, 쌍용차 노사 자구노력과 비업무용 토지 매각 등으로 1천억여원을 마련하고 부족한 금액은 산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부연했습니다.


◇ 적자 누적에 신차 없는 쌍용차…코로나19 충격 겹쳐 순환휴업 들어가

마힌드라가 자금 지원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발을 빼면서 쌍용차는 정상화 계획이 모두 흔들리게 됐습니다.

쌍용차는 작년까지 12분기 적자가 누적된데다가 당분간 신차도 없어서 자력으로 헤처나갈 여지가 크지 않습니다.

2011년 마힌드라에 인수된 후 티볼리의 인기 등에 힘입어 2016년에 9년 만에 흑자를 내는 등 반짝 상승세를 탔지만 이듬해 다시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지난해에는 판매가 13만5천235대로 전년보다 5.6% 줄었습니다.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2천819억원으로 전년보다 339.3% 증가하고 자본잠식률이 46.2%까지 올랐습니다.

작년 말 단기 차입금은 2천541억원, 장기 차입금은 1천587억원에 달합니다.

작년 말 만기였던 산은 차입금 300억원 중 200억원은 연장이 됐는데 7월에 다시 700억원의 만기가 도래합니다.

쌍용차는 국내에선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시장 경쟁에서 밀리고 있습니다. 유럽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코로나19에 막혔습니다.

이미 이달부터 생산라인별로 1주일에 1∼2일 돌아가면서 쉬는 순환 휴업에 들어갔습니다. 코로나19로 유럽산 부품조달에 차질이 있다는 이유를 들지만 판매부진이 더 큰 이유로 꼽힙니다.

노사가 자구안을 만들어 노력 중이지만 자본 수혈 없이는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 마힌드라 75% 지분 포기 or 산은 투자 끌어내는 전략

산은은 쌍용차에 관해 "아직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산은은 그동안 쌍용차에 자금 대출, 대출 상환 연장 등을 한 만큼 대주주가 더욱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마힌드라의 쌍용차 지원거부 결정은 민감한 시기에 나와 여러 해석을 낳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한국 정부의 지원을 끌어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1월 고엔카 대표 방한 때는 투자가 곧 결정될 것처럼 하다가 2월에는 3월 말까지 하겠다고 미루는 등 한국 쪽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했다는 것입니다.

방한 전에 쌍용차 해고자들을 대상으로 무기한 휴직 발령을 냈던 것을 두고도 비슷한 의견이 있었습니다.

다른 한편으론 코로나19로 모기업도 어렵다 보니 '손절'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마힌드라는 인도에서 3월 판매가 88% 감소했습니다.

마힌드라의 쌍용차 인수금액은 5천225억원이었고 이후 유상증자를 통해 2013년에 800억원, 작년 9월 500억원을 투입했습니다.

마힌드라의 쌍용차 지분율은 74.5%이고 3일 기준 시가총액은 2천200억원입니다.

마힌드라는 이사회에서 쌍용차 경영진의 새 투자자 모색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쌍용차 정상화 계획이 삐걱거리며 관련 협력업체들이 받을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가 마힌드라 인수 9년 만에 다시 갈림길에 서게 된 것 같다"며 "쌍용차가 무너지면 직원 5천여명은 물론 1·2차 협력업체 등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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