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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차’ 정우영 “아직 칭찬보단 쓴소리 듣고 싶어” [현장인터뷰]
입력 2020-04-04 14:01  | 수정 2020-04-06 12:25
2019시즌 KBO리그 신인왕 정우영(LG트윈스)이 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훈련이 끝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안준철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안준철 기자
그냥 운동만 열심히 하고 있죠.”
2020년 4월, 2019시즌 KBO리그 신인왕 정우영(21·LG트윈스)의 2년차는 아직 시작도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2020시즌은 개막 일정을 잡지 못했다. 선수들도 쳇바퀴 같은 일상을 반복 중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일환으로 다른 팀과의 연습경기는 아직 꿈도 못 꾸는 실정이다. 팀 자체 훈련과 실전은 팀 자체 연습경기 뿐이다.
정우영의 일상도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였다. 4일 오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팀 훈련을 마치고 만난 정우영은 기약 없이, 운동만 하고 있어서 조금 지치는 느낌이 있다. 하루빨리 개막하면 좋겠지만 상황이 이래서 받아들여야 한다. 운동만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과 야구장을 오가는 단조로운 일상이다. 스프링캠프가 끝난 지도 이제 한 달이다.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에 훈련만 해야 하는 선수들도 따분할 수밖에 없다. 선수들은 각자 무료함을 달래는 방법을 찾고 있다. 드라마를 시청하는 선수들이나,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는 선수들이 많다. 정우영은 쉬는 날 딱 한 번 한강을 간 적이 있다. 집에 들어가면 나오질 않고, 잠만 잔다”며 그래서 최대한 야구장에서 늦게 퇴근한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정우영이다. 그는 운동만 하니까 너무 힘든 게 있지만, 어쩌면 다행인 것 같기도 하다. 준비하는 것도 그렇고, 컨디션이 다 올라온 상태가 아니라 개막이 연기된 게 개인적으로 좋은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슬쩍 미소를 지었다.
2019년 신인 2차 2라운드 전체 15순위로 입단한 LG에 정우영은 지난해 셋업맨으로 활약하며 4승6패 16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했다. LG가 3년 만에 가을 야구 무대를 밟는 데 힘을 보탠 정우영은 신인왕의 영광까지 거머쥐었다. LG로서는 1997년 이병규(현 타격코치) 이후 22년 만에 배출한 신인왕이다.
하지만 정우영에게도 지난 시즌 아쉬운 점이 많다. 압도적인 구위를 뽐냈던 전반기보다는 어깨 통증 여파로 후반기 성적이 좋지 못했다. 또 올 시즌 선발투수로 도전장을 냈지만, 선발 경쟁에서 밀린 모양새다. 물론 크게 의식하고 있지는 않았다.

정우영은 컨디션은 다시 올라오고 있다. 작년과 비교하면 보강 훈련은 더 많이 했다. 어깨도 많이 좋아졌고, 몸상태는 문제 없다. 중요한 건 경기 때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다”라며 비시즌부터 캠프까지, 지금까지도 제 루틴 만들어서 웨이트를 하고 있다. 보강 훈련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용일 수석 트레이닝 코치와의 처음으로 겨울을 보내며 자신감이 더해졌다. 정우영은 코치님과 하다보니 지금 어깨는 전혀 문제 없다”며 처음부터 믿음이 갔다. 처음에는 너무 프리하게 맡겨주셔서 의아해했는데 코치님이 하라는데로 하니 좋아졌다. 그래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2년 차 징크스도 덤덤히 생각하는 정우영이었다. 그는 조금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했었다. 작년에 상대 타자들에게 내가 생소했겠지만, 계속 경기 뛰면서 타자들도 내가 눈에 익을 것이고 1년 해봤으니까 올해는 제가 생각해도 힘들지 않을까 생각은 해봤다. 그래도 지금 준비하는 거 보면 잘 준비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올 시즌 보직에 대해서는 선발보다는 불펜 쪽으로 기울고 있다. 정우영은 캠프 때 트레이닝 파트에서 지난해 부상이 있으니 무리하지 말라고 하셔서 투구수를 많이 못 늘렸다. 올해도 중간으로 가는 것 같았는데 잠실에서 청백전 하면서 2~3이닝씩 던지다보니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다. 중간에서 던질 것 같기는 하지만 제 보직은 아직 모르겠다”며 멋쩍게 웃었다. 그러면서 아직도 헷갈리긴 한다. 감독님이 2~3이닝씩 던지게 하시길래 실험하시는 건가 생각도 했는데 중간으로 갈 것 같다”고 덧붙였다.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LG 트윈스가 훈련을 가졌다. 정우영이 모자에 "코로나 19 아웃" 이라는 문구를 새기고 불펜 투구를 갖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최일언 투수코치는 정우영에게 채찍질을 가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신인왕을 수상한 정우영을 보고 아직 멀었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정우영은 내가 생각해도 멀긴 멀었다”면서도 보완된 부분도 있긴 하다. 내가 선발투수를 하고 싶다고 해서 하는 건 아니고, 감독님와 코치님이 정해주시는 보직에서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1군에 있는 것으로도 충분히 좋다”고 말했다.
그래도 칭찬을 받고 싶은 게 사람 심리다. 물론 정우영은 아직까지는 저도 (최일언 코치님께) 칭찬을 듣고 싶은 생각이 없다. 여기서 만족하면 안 된다. 계속 쓴소리 듣는 게 저한테도 도움 될 것이다”라며 최일언 코치님이 하신 말씀 중에 가슴에 새긴 게 있다. 저하고, (김)대현이형, (고)우석이형 모아 놓고 ‘셋이 지난해보다 잘해야 LG가 더 잘할 수 있다고 하신 말씀이다.큰 책임감 느꼈다. 그래서 지난해보다 잘해서 팀이 플러스 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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