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동의했으면 끝?…미성년자 울리는 현행법 사각지대
입력 2020-04-03 19:32  | 수정 2020-04-03 20:33
【 앵커멘트 】
조주빈의 텔레그램 '박사방'에서는 미성년자에 대한 성착취가 가장 심각한 문제였죠.
그런데, 성인과 미성년자와의 성관계가 과연 합의했고 강요만 없었다면 괜찮은 걸까요.
현행법은 미성년이라도 13살 이상만 되면 온전한 '성적 자기 결정권'을 가진 존재로 보고 있는데, 근거가 부족한 기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심가현 기자의 보도입니다.


【 기자 】
'박사방' 피해자 중 26명이 미성년자로 알려지면서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에 대한 분노도 커지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권영은 / 서울 필동
- "일단 미성년자라서 생각 자체가 성숙하지 못하고 어리숙한데 그런 점을 이용해서 안 좋은 행위를…."

하지만, 현행법은 일반적인 생각과는 기준이 조금 다릅니다.

아동 대상 성적 행위 자체가 잘못됐다고 보는 의제 강간죄의 적용 대상은 만 13살 미만, 이후로는 서로 '합의'했는지가 주 관건입니다.


▶ 인터뷰(☎) : 허윤 / 변호사
- "13세 이상 미성년자는 성적 자기결정권이나 합리적 판단 능력이 있다고 보는 것 같고요. 외국법보다는 (기준 연령이) 조금 낮은 수준…."

실제로 우리나라의 기준은 미국이나 영국, 독일, 프랑스 등 OECD 가입국과 비교해 봐도 기준 연령이 가장 낮습니다.

선거권이나 운전 면허 취득은 만 18세 이상,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나이조차 만 14살임을 감안하면 성적 자기결정권을 법적으로 너무 일찍 보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인터뷰 : 이수정 /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 "우리나라는 일본법을 해방 이후에 거의 답습하다 보니까 특별히 대한민국 청소년의 추론 능력 같은 걸 기본적으로 연구하지 않고…."

만 13살 이후도 문제입니다.

▶ 스탠딩 : 심가현 / 기자
- "아동청소년 성범죄 전체 피해자 중 78% 가량이 13세 이상 청소년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런 추세를 감안해 최근 16살 미만 청소년의 '궁박한 처지'를 이용한 경우에 한해 합의된 성관계도 처벌하는 법이 생겼지만, '궁박함'을 입증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법 제도의 사각지대 속에서 아이들은 오늘도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MBN뉴스 심가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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