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배당금·성과급 다 끝났는데 이제와 자제하라는 금감원
입력 2020-04-03 17:42  | 수정 2020-04-03 21:02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이 지난 2일 금융회사들에 배당금 지급과 자사주 매입을 자제하라는 취지의 언급을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윤 원장은 2일 오전 금감원 임원과 주요 부서장이 참석하는 '위기 대응 총괄회의'에서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 건전성감독청(PRA) 등은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에 배당금 지급, 자사주 매입, 성과급 지급 중단을 권고하고 글로벌 은행들이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금융회사들도 외국 사례를 참고해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을 확보하고, 실물경제에 대한 원활한 자금 공급 역량이 유지될 수 있도록 힘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표면적으로는 "외국 사례를 참고하라"고 했지만 금융회사들로서는 배당금 지급이나 자사주 매입을 자제하라는 주문으로 읽힌다.
그러나 금융사 주주총회가 지난달 모두 마무리됐고 이미 주총에서 배당을 결정해 곧 배당금 지급이 시작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언급이 나와 뜬금없다는 반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12월에 회계연도가 끝나는 한국과 달리 영국 등 일부 국가는 회계연도가 3월에 끝난다"며 "영국 PRA가 최근 배당금 지급, 자사주 매입 자제를 권고한 것은 이제 회계연도가 끝났기 때문인데 금감원이 이를 그대로 '받아쓰기'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중간배당을 준비하는 금융사로서는 배당을 이미 완료한 다른 경쟁사와 비교해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해 "반기 말에 결정되곤 하는 중간배당부터 참고하라는 의미"라며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금융회사 건전성에 영향을 주면서까지 배당·자사주 매입 등에 나서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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