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백악관 마스크 착용 권고…中환구시보 "문화적 자신감이 참사 불러" 일침
입력 2020-04-03 11:16 
뉴욕 브루클린에서 2일(현지시간) 의료진이 코로나19 사망자의 시신을 병원 밖으로 옮기고 있다. [로이터 = 연합뉴스]

일반 시민의 마스크 착용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여온 미국 정부가 조만간 '얼굴 가리개(face covering)'에 대한 공식 지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얼굴 가리개란 마스크를 포함해 입과 코를 가릴 수 있는 스카프나 천까지 포괄하는 용어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브리핑에서 "권고안이 나오고 있는 중"이라며 "강제는 아닐 것 같다. 사람들이 쓰고 싶다면 쓰라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이어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안면 가리개, 마스크와 관련해 업데이트된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지침이 며칠 내로 나올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그 동안 WHO(세계보건기구) 지침에 따라 자국민들에게 '마스크 무용론'을 펼쳐왔다. 정부가 나서서 "일반 시민까지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는 없다"거나 "의료진이 쓸 마스크 조차 부족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여기에 얼굴을 가리는 것을 기피하는 문화까지 가세해 마스크의 중요성이 간과된 것이다. 한국, 일본, 홍콩 등 아시아 국가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위해 몇시간씩 줄을 서는 현상을 이해하지 못하며 집착을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눈길이 쏟아지기도 했다.
앞서 외신들은 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당황한 트럼프 행정부와 미 CDC가 뒤늦게 기존 마스크 착용 방침에 대한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CNN은 지난 1일 백악관TF 내부에서도 미국인들의 공공장소 마스크 착용을 권고사항으로 발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2일 영문판 글로벌타임스에 '서양인들은 마스크 착용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을 내고 이 같은 현상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미국과 유럽 등 서방사회들의 지나친 문화적 자신감이 아시아 국가의 경험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길을 막았다"며 "의료인에게 마스크가 효과가 있는 것이라면 일반 시민들에겐 왜 필요하지 않다고 했나. 그 경계가 어디인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구시보는 이어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손해로 고통받게 될 것이다. 이것은 교훈이자 더 많은 반성을 해야 할 부분"이라면서 "서구사회는 서양이 아닌 사회를 더욱 존중해야 하고 문화적·정치적으로 겸손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3일(한국시간) 오전 기준 전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총 101만 5466명, 사망자는 5만3190명에 달한다. 미국은 하루만에 감염자가 3만여명이 늘어나면서 사상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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