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참고해서 짜깁기라도"…눈물젖은 '성범죄 반성문' 알고보니
입력 2020-04-03 09:58  | 수정 2020-04-03 10:20
【 앵커멘트 】
박사방 사건에 가담한 '와치맨'과 '태평양' 등 핵심 피의자들이 매일같이 반성문을 제출하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감형을 노린 게 아니냐는 논란이 뜨겁죠.
이런 성범죄 가해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감형을 위한 '모범 반성문'까지 돈으로 거래하고 있었습니다.
진짜 반성이 맞는 걸까요.
손하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성범죄를 저질러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 가해자 등 2만여 명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입니다.

자신이 쓴 반성문을 올려 상담하면 다른 회원들이 댓글로 조언을 해 줍니다.

글자 크기와 줄간격을 정해주는가 하면, 가장 강력한 양형자료라며 실제로 감형에 성공한 반성문을 참고해 짜깁기를 하라고도 조언합니다.


이벤트 사은품으로 반성문을 보내주기도 합니다.

게시글의 안내대로 거래 사이트에 들어가 봤습니다.

지하철 성추행범이 검찰에 제출하는 반성문, 후회하는 가해자가 경찰에 제출하는 반성문 등 사례도 가격도 천차만별입니다.

5만 원짜리 반성문을 직접 구매해 살펴봤습니다.

유년시절이 불우했다, 가족이 편찮다, 사회적 낙인이 찍힌다, 순간의 실수였다, 지옥같은 나날이라는 등, 아이디어는 다양하지만 결국 양형 요소에 반영해 달라는 말입니다.

▶ 인터뷰 : 김시훈 / 인천 송도동
- "말 몇마디나 글자 몇 개로 감형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오히려 괘씸한 느낌이 더 크니까…."

「실제로도 이런 반성문을 제출해 감형이나 기소유예를 받았다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감경 제도가 지나치게 자의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 인터뷰 : 서혜진 / 변호사
- "반성문이 제출됐다는 사정 하나만으로, 객관적인 반성을 실제로 하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전혀 없음에도…."

텔레그램 성착취 가해자들의 반성문 제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반성하는 태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를 두고 논란은 더 뜨거워질 전망입니다.

MBN뉴스 손하늘입니다.
[ sonar@mbn.co.kr ]

영상취재: 김현우 기자
영상편집: 이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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