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재매각 나선 딜라이브…`33%룰` 피한 KT품에 안길까
입력 2020-04-02 17:49  | 수정 2020-04-02 19:33
◆ 레이더 M ◆
유료방송 서비스 업체 딜라이브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다시 나온다. 현대백화점그룹의 동종 업체인 현대HCN도 케이블사업부의 새 주인을 찾고 있어 업계의 지각 변동이 점쳐지고 있다. 유료방송 시장의 '3강(强)'인 KT(스카이라이프), LG(유플러스·헬로비전),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의 주도권 다툼으로 번지는 상황이 유력하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딜라이브의 최대 주주 및 채권단은 최근 매각주간사를 선정하기 위해 다수의 외국계 증권사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냈다. 국내 증권사와 회계법인은 입찰에 초청받지 못했다. 딜라이브는 이르면 이달 중순 주간사를 확정 지을 예정이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즈운용은 2007년 특수목적회사(국민유선방송투자)를 세워 딜라이브(옛 씨앤엠) 경영권을 인수했다. 당시 매입 가격은 2조2000억원이었으며 거래액의 약 54%(1조4000억원)를 인수금융으로 조달했다. 대주주는 두 차례 딜라이브의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다. 2015년엔 골드만삭스, 2017년엔 삼일PwC에 매각 실무를 맡겼으나 거래를 성사시키지 못했다. 주간사를 바꾼 뒤 매각에 세 번째로 도전하는 것이다.
이번 매각은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인수금융을 주선한 채권단이 주도하고 있다. 채권단은 지난해 딜라이브 대주주에 빌려준 1조원 규모 대출금을 만기 30년짜리 영구채로 출자 전환해줬다. 회사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에서 별도의 이자비용도 받지 않았다. 딜라이브는 출자 전환 이전까지 1조원 안팎의 차입금 때문에 매년 400억원 안팎의 이자비용을 지불해 왔다.
동종 업체인 현대HCN도 비슷한 시점에 새 주인을 찾기 시작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달 30일 현대HCN 방송·통신사업부문을 '현대퓨처넷(존속법인)'과 '현대HCN(신설법인)'으로 분할한다고 공시했다. 동시에 현대HCN과 현대퓨처넷의 자회사인 현대미디어의 지분 매각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크레디트스위스가 매각 주간사로 참여해 관련된 업무를 준비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딜라이브와 현대HCN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각각 6.09%, 4.07%였다. 업계 수위권인 KT(31.31%), LG(24.72%), SK(24.03%)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4~5위권이다. 하지만 3개 회사 중 딜라이브와 현대HCN을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경쟁 구도는 확연히 바뀐다. 유료방송 업계뿐만 아니라 M&A 시장에서 두 매물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시장에서는 딜라이브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KT를 꼽고 있다. 최근까지 움직임을 봤을 때 사고자 하는 의지가 높기 때문이다. KT는 지난해 딜라이브 인수를 검토하면서 본실사까지 참여했다. 하지만 '유료방송 합산 규제'에 발목을 잡혀 인수 작업을 끝까지 완주하지 못했다. 유료방송 합산 규제는 한 기업 계열회사들의 시장 점유율이 전체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을 뜻한다. 2018년 6월 이후 일몰됐지만, 당시 국회에서 규제 부활 여부를 확정 짓지 않아 KT가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현재 국회는 합산 규제 재도입 대신 사후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지난달 취임한 김철수 KT스카이라이프 신임 대표는 공식석상에서 "외형을 키우는 일이 필요하다"며 경쟁사 인수 의지를 내비쳤다. KT가 딜라이브를 인수하면 2위(LG)와의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게 된다. SK그룹도 계열사 '브로드밴드'를 주축으로 관련 매물에 관심을 갖는 분위기다. SK브로드밴드가 딜라이브를 인수한다면 1위(KT)와 맞먹는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시장 관계자는 "딜라이브는 투자자 자금 회수(엑시트), 현대HCN은 비핵심 자산 매각이라는 목적이지만 큰 틀에서는 '유료방송 시장 재편'이란 흐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우석 기자 / 박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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