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은행 中企대출 급증 `경고등`…연체·부실채권 동반상승
입력 2020-04-02 17:44  | 수정 2020-04-03 12:54
코로나19 사태로 은행권에 대한 대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늘어나면서 연체율과 부실 채권 비율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여기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긴급 지원 성격의 대출도 급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은행들이 경제 충격에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중기 대출이 은행권 부실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2일 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중소기업(개인사업자 포함) 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455조491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420조2985억원)보다 약 8% 증가한 규모다.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이 약 5%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높은 증가세다. 지난달 말 전체 원화대출 잔액은 1170조7335억원에 달했는데, 중소기업 대출이 39%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말에는 중기 대출 비중이 36%에 그쳤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중소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여파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기 전인 지난해 말 잔액은 444조2247억원이었으나 세 달 만에 10조원 넘게 늘었다.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이 처음부터 많았던 것은 아니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시중은행은 대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덩치를 불렸다. 그러다 1997~1998년 외환위기 때 대기업이 무너지자 이후 공격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늘렸다. 최근 들어서는 정부가 가계대출을 억제하고 생산적 금융을 키우겠다는 목적으로 올해부터 도입한 '신(新)예대율' 규제도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하게 된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예대율은 은행의 예수금 잔액 대비 대출금 비율인데, 신예대율 체계에선 가계대출에 대해서는 15% 가중치를 두고 기업대출은 15% 경감하는 구조다.
은행으로선 가계대출을 함부로 늘리면 금융당국의 예대율 관리 상단인 100%를 넘길 수 있다 보니 기업대출을 늘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금 수요가 많은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같이 비대해진 중소기업 대출이 가계대출에 이어 은행권 부실을 초래할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부실 채권 비율을 보여주는 대표적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NPL) 비율 추이가 상승 국면에 접어든 것에 주목한다. 고정이하여신이란 은행이 집행한 대출 중 3개월 이상 연체되고 채권 회수가 사실상 어려워진 대출을 말한다.
5대 은행 중소기업 대출 NPL 비율 평균치를 보면 2015년 12월 1.64%였던 게 꾸준히 하락해 2018년 12월 0.71%, 지난해 말 0.60%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올해 들어선 1월 0.65%, 2월 0.66% 등으로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 비율) 평균도 지난해 말 0.35%에서 1월 말 0.43%, 2월 말 0.44%로 슬금슬금 올랐다. 지난달엔 더 올랐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송두한 NH금융연구소장은 "최근 4~5년 사이클을 봤을 때 은행의 NPL 비율 등 건전성 지표는 꾸준히 하락했지만 현재 장기 상승하는 국면으로 전환되는 시점에 와 있다"며 "저금리 기조로 인해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하락하는 상황에서 위험도가 높아진 신호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기업대출뿐 아니라 가계대출도 높은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5대 은행 가계대출은 한 달 만에 6조6801억원 늘어 2015년 11월(10조1822억원) 이후 4년4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보였다. 주택담보대출이 4조6088억원 급증했고, 개인신용대출도 2조2408억원 증가했다.
[정주원 기자 /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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