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삼성전자 `ETF發 매물폭탄` 공포 사라졌다
입력 2020-04-02 17:31  | 수정 2020-04-03 14:30
코로나19 국면이 본격화하면서 증시는 쪼그라들었지만 삼성전자가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커졌다. 올해 첫 거래일이었던 지난 1월 2일 코스피200에서 삼성전자 시가총액 비중은 31.2%였지만, 코로나19가 '심각' 단계로 접어든 이후인 지난 2월에는 33.16%까지 치솟았고, 증시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이달 1일 기준으로도 연초 대비 2%포인트 늘어난 33.19%까지 올랐다.
약세장에서도 삼성전자 비중이 높아진 것은 '동학개미운동'이란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개인투자자가 공격적인 매수를 이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집중 매도에도 불구하고 개인 매수가 집중된 삼성전자는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시총 비중이 높아졌다.
코스피200이라는 한국거래소 대표 지수에서 '삼성전자'라는 한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처럼 커지면서 지난해 도입된 시가총액상한제(CAP·시총 30%룰)가 드디어 적용될지는 시장에서 최대 관심사였다. 현재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상장 상장지수펀드(ETF)와 인덱스펀드 규모는 25조~30조원 내외로 추산된다. 6월 정기변경 때 30%룰이 적용되면 30% 초과분만큼 삼성전자 보유 주식을 팔아야 한다. 최소 1조원대 매도 물량을 피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거래소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데는 금융위원회가 자본시장법 시행령 등을 개정한 점이 작용했다. 종전에는 삼성전자 비중이 30%를 넘긴 상황에서 코스피200을 추적하는 ETF는 추적 오차율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삼성전자 주식을 30% 이상 포트폴리오에 담을 수 없는 한도를 만족시켜야 하는 딜레마에 처해 있었다.

그러나 시행세칙 변경으로 지난 1일부터 패시브 ETF도 삼성전자의 실제 비중만큼 포트폴리오에 담을 수 있게 되면서 '지수 추종'과 '법규'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것을 피할 수 있게 됐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금감원의 시행세칙 변경으로 ETF의 특정 종목 편입 한도(30%)가 해제된 것이 이번 제도 개선안 마련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남은 것은 6월과 12월 정기변경이었다. 한국거래소는 정기변경 때 국내에서 CAP을 굳이 적용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의견 수렴 과정이 남아 있긴 하지만 업계 입장에서도 인위적인 특정 종목 덜어내기에 대한 부담이 해소되기 때문에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다.
여기에다 최근 개인투자자의 삼성전자 집중 매수로 인해 CAP이 적용돼 가격이 떨어지면 시장에 의도치 않은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 증권사 패시브 담당 전문가는 "시장에서 30%룰 적용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한국거래소에서 이 부분을 전향적으로 수용한 것 같다"면서 "개선안대로 폐지되면 삼성전자 비중 한도에 구애받지 않고 ETF와 인덱스펀드가 시장 상황 그대로 추적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수급 충격 논란도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외국에서는 우리보다 훨씬 엄격한 자산운용 규제가 적용되고 있어 CAP을 적용한 코스피200 지수를 병행 산출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규제에 대해 미국은 한 종목을 25%까지만 담을 수 있고 유럽과 홍콩은 원칙적으로는 20%, 예외적으로 압도적인(dominant) 한 종목은 35%까지 인정한다.
이번에 거래소가 해외에 CAP을 적용하기로 한 것은 해외투자자의 한국물 투자 촉진을 위해 CAP을 씌워 새로운 지수를 만든다는 의미다. 예를 들면 '코스피200 25' 지수를 만들어 미국에 판매하는 식이다. 현재 코스피200을 추종하며 상장된 ETF는 일본 정도인데, 이번에 CAP을 씌운 지수를 만들면 미국 유럽 홍콩 등에 지수를 판매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거래소 관계자는 "국내 운용사가 해외시장에 ETF를 상장할 때 해외용 지수를 이용할 수 있고, 해외용 지수를 활용한 국내 ETF 상장도 가능하다"며 "이용자에게 다양한 지수 선택권을 주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박인혜 기자 / 안갑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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