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韓銀 `무제한 돈풀기`에도…채권펀드 전망은 `글쎄`
입력 2020-04-02 17:30  | 수정 2020-04-02 19:13
한국은행이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사상 처음으로 '무제한 돈 풀기'에 나서면서 치솟았던 시장금리가 제자리를 찾아갈지 관심이 쏠린다. 금리가 진정된다면 한 달 새 3조원에 달하는 목돈이 빠져나갔던 채권펀드가 다시 '투자 피난처'로 복귀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현재 기준금리가 0.75%로 이미 역대 최저인 데다 코로나19로 기업들 펀더멘털이 위협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책 효과는 금리 추가 상승을 제한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이 때문에 정책 효과를 기대하고 채권 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해외 채권은 최근 금리가 소폭이나마 안정을 되찾으면서 미국 채권에 선별적으로 투자할 만하다는 조언이 나왔다.
2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새 국내 채권펀드에서 2조8593억원이 빠져나갔다. 지난달 초부터 코로나19 확산 공포에 시장금리가 이례적으로 급등하면서 투자자들은 연이어 채권펀드에서 투자금을 빼는 모습이다. 이 기간 평균 수익률도 -0.35%로 부진했다.
정부와 한은이 채권펀드 조성, RP 매입을 통해 한국판 양적완화에 나서면서 채권금리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다면 금리가 단기간에 급등한 점을 역이용해 수익을 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시점에서 시세차익을 노리고 채권 투자에 나서는 데 대해 대체로 회의적이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책당국의 안정 조치가 효력을 발휘하면 시장의 초점은 경제지표로 선회할 텐데, 악화한 경제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시장금리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에 근접한 만큼 현 상황에서 시장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하기는 어렵다"고 바라봤다. 전혜현 KB증권 연구원도 "정부 정책을 통해 수급 문제가 해결돼도 기준금리 하락 가능성이 낮은 상황을 고려하면 시세차익을 노린 채권펀드 투자 메리트가 커 보이지 않는다"며 "여러 종류 채권 중에서 금리가 많이 오른 기업어음(CP)이나 전자단기사채를 담은 펀드가 그나마 투자할 만하다"고 말했다.

해외 채권 투자는 선진국 채권과 신흥국 채권이란 투 트랙 전략으로 나눠 접근하는 방법이 제시된다. 글로벌 금리 자체는 대체로 지난달 대비 안정됐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어 채권 중에서도 안전한 선진국 채권이 신흥국 채권보다 투자 매력이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환율이 복병이다. 달러 가치가 치솟은 지금 달러화 자산인 미국 채권을 매입하면 향후 달러 가치가 조정받았을 때 평가손을 입을 수 있다.
미국 채권금리는 정책당국의 적극적인 부양책으로 안정세를 되찾은 모습이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달 열흘 만에 58bp 급등하기도 했지만 지난달 말부터 하락세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 속에 국채금리 변동성이 점차 완화되고 있다"며 "이달 미국 국채금리는 부진한 경기 흐름에 따라 추가 하락세를 이어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외에 중남미와 신흥국 등지에서도 지난달 중순 국채금리가 급등했지만 최근 들어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브라질 국채 10년물 금리는 3월 초 6.7%에서 보름 만에 9.78%로 급등했지만, 현재 7.91%로 안정됐다. 같은 기간 멕시코 국채 10년물 금리도 6.33%에서 8.26%로 뛰었다가 최근 7.12%로 하락했다. 다만 신흥국 채권은 대외 충격에 보다 민감하기 때문에 회복세가 다소 제한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안 연구원은 "선진국과 달리 신흥국은 외국인 자본 유입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채권 가격) 회복세가 더딜 수 있다"고 평가했다.
[홍혜진 기자 / 문가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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