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도련님` 아닌 `민호씨`, `외가` 아닌 `본가`…국립국어원이 낸 새 언어안내서
입력 2020-04-02 16:32  | 수정 2020-04-02 16:32
국립국어원이 발간한 언어 안내서 `우리, 뭐라고 부를까요?`. 이번 안내서는 남녀 차별적 호칭들을 집중적으로 개선해 주목됐다. [사진 출처 = 국립국어원 홈페이지 캡처]

국립국어원이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언어 안내서 '우리, 뭐라고 부를까요?'를 펴냈다.
국립국어원은 지난 2017년, 2018년에 진행한 '사회적 소통을 위한' 언어 실태 조사와 정책 연구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언어 안내서 '우리, 뭐라고 부를까요?'를 펴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이번 안내서는 과거로부터 전해진 호칭·지칭어를 써야 한다는 사회적 규범에서 벗어나 서로 배려하고 자유롭게 소통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특히 남녀 차별 문제가 불거졌던 호칭들을 집중적으로 개선했다.

안내서는 결혼한 여성이 남편의 형제자매에게 '도련님', '서방님', '아가씨' 대신 각 가정에 적절한 호칭을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10살 어린 형님이 '동서'라고 부르며 반말을 해서 서운하다", "막내 처제 남편이 고등학교 선배라 '동서'나 '○서방'으로 부르기가 부담스럽다' 등 현실적인 갈등 사례를 담아 이해를 돕고 있다.
안내서는 "남편 동생이 나이가 어리면 나에게도 동생이 되므로 '도련님', '서방님', '아가씨'로 높여 부르는 것이 불편할 수 있다"며 "이럴 때는 자녀 이름에 삼촌이나 고모를 붙여 부르는 것이 가능하며, 친밀도나 집안 분위기에 따라 이름을 직접 부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우자 동생이 나보다 나이가 많다면 '동생님'으로 부를 수 있다. 남자라면 '처남님'이나 '처제님'이라는 호칭도 괜찮다"며 "며느리와 사위 간에 서열과 나이가 뒤바뀐 경우에는 '동서님'이라는 호칭을 두루 써서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제안은 형제자매 간의 나이 차이가 크지 않고 부부간에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거나 아내가 남편보다 나이가 많은 연상 연하 부부가 흔해진 시대상을 담고 있다.
또 손아래 형제자매가 먼저 결혼하는 상황도 자주 있는 만큼 전통적으로 사용했던 호칭이나 지칭이 가족들 간의 갈등을 만드는 상황을 피하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립국어원은 "기존의 '표준 언어 예절'은 전통적인 가족 관계를 중심으로 형성된 호칭·지칭어를 대체로 유지하고 있어 남성 중심적인 비대칭적인 표현이 많았다"며 "각각의 환경과 생각이 다름에도 획일적인 호칭·지칭어는 바람직하지 않고, 우리 언어생활을 편하게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친가와 외가를 구분 짓는 표현을 없앨 필요성도 언급됐다.
남녀 구분 없이 모두 쓸 수 있는 '본가'를 활용해 쓰자는 것이다. 또 '효자동 할머니', '광주 할아버지'처럼 지역 이름을 넣어 친·외가 구분 없이 표현하는 것을 권했다.
그간 우리 사회에서는 아버지 쪽은 가까움을 뜻하는 '친가'(親家), 어머니 쪽은 '외가'(外家)로 불러왔다. 다만 최근에는 결혼한 남자들도 처가와 가깝게 지내는 만큼 해당 표현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안내서에 따르면 남성은 대화 상대가 배우자 부모보다 서열이 높지 않거나 나이가 많지 않다면 '장인', '장모'라는 호칭 대신 '장인어른', '장모님', '아버님', '어머님'으로 부르는 편이 바람직하다.
누리꾼들은 이와 관련해 "도련님 아가씨는 진작에 없어져야할 호칭이다. 조선시대도 아니고"(dasa****), "내남편이 서방님이지 왜 남편 남동생에게 서방님, 여동생에게 아가씨라고 불러야 하는지 참 애매했다"(78wh****), "구시대의 잔재. 우리 고유의 문화로 지켜야 할 게 있고 악습으로 없애야 되는 것들이 있다. 겉만 번지르르한 호칭은 후자에 해당"(wi98****)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안내서는 부모와 자녀, 부부, 형제자매, 삼촌과 조카, 사돈, 직장 내 관계에 대한 언어 예절에 대해 다루고 있다.
소강춘 국립국어원장은 "'우리, 뭐라고 부를까요?'는 정답이나 규범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전통적인 호칭·지칭어에 얽매어 우리 사회가 굳이 치르지 않아도 될 갈등과 혼란을 줄이는 데에 이 책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디지털뉴스국 서주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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