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우한 실상 고발한 中여성 소설가 인기…"시진핑 정부가 시민에 감사하라"
입력 2020-04-02 14:26  | 수정 2020-10-23 14:36

중국 인기 소설가가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은폐 의혹을 반성하기는 커녕 '시진핑 감사운동'을 펼치려던 중국 공산당 지도부를 비판하면서 시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중국 당국이 자국 시민 입단속은 물론 다른 나라 여론에도 간여해온 점을 고려할 때 사람들은 이 소설가마저 행방불명 될까봐 걱정해주는 분위기다. 이미 공산당 지도부를 옹호하는 일각에서는 "저 여자는 미국 민주주의와 페미니즘에 세뇌된 불순한 인간"이라는 식의 온라인 댓글 공격에 나섰다.
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우한 시의 여성 소설가 팡팡(본명은 왕팡·65)씨가 블로그와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를 통해 중국 당국의 허세와 관료주의를 비판해 온라인 스타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팡팡씨는 지난 달 7일 블로그를 통해 "중국 정부는 오만함을 버리고 수백만 명 우한 시민들에게 겸손한 태도로 감사를 표하라"면서 "정부란 인민을 위한 것이 아닌가"라는 글을 올려 반향을 일으켰다. 팡팡씨의 글은 하루 전인 6일 우한 시 왕중린 공산당 서기가 우한 방역지휘본부 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향해 대대적으로 '감사 교육 운동'을 펼치라고 지시한 데 대한 비판을 담은 것이다.
팡팡씨의 '사이다' 발언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말할 수 없는 중국 우한 시민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줬다. 그의 웨이보 계정 팔로워는 420만명에 이른다. 중국 누리꾼들은 코로나19 사태를 은폐하려 하고 늑장·부실대응한 관료들이 책임을 지려하기는 커녕 '시 주석 영웅 만들기'를 강요한 행태에 분노를 표하고 있다.
팡팡씨는 그동안 '봉쇄된 도시 일기'라는 제목으로 온라인에 꾸준히 글을 써왔다. 이번 분노의 글은 43번째 게시물이다. 우한에 사는 팡팡씨는 우한에서 코로나19 사태가 공식적으로 급격히 퍼진 지난 1월25일 처음 글을 올린 이후 의사 친구들에게 들은 현장 이야기를 전하고, 일상 속 경험과 느낌을 담는 가 하면 정부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의 글은 1편당 수만~수십만건 조회되며 인기를 끌었다. 다만 팡팡씨는 지난 달 25일 00시께 60번째이자 마지막으로 글을 올렸다. 당국이 오는 4월 8일부터 우한 봉쇄령을 푼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팡팡씨는 지난 2010년 로맨스 소설로 중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루쉰 문학상을 탄 유명 소설가다. 수십 편의 단편 소설을 냈고, 후베이 작가 협회 회장도 지냈다.
사람들은 팡팡씨가 공산당 지도부를 비판했다는 점에서 신변 위협이 따르지 않을까 두려워한다고 WSJ는 전했다. 실제로 그가 위챗이나 웨이보 등에 올린 글은 반복적으로 삭제되거나 접근이 차단됐다. 또 저질 욕설과 더불어 이분법적인 악성 댓글이 달렸었다. WSJ에 따르면 한 중국 사용자는 "팡팡의 연재가 끝나다니 아주 잘된 일"이라면서 "미국 민주주의와 자유, 페미니즘에 세뇌된 여자가 근거 없는 악담(루머)를 퍼뜨리고 중국 단결을 해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다른 사용자는 "엄청난 모욕과 욕설을 견뎌내고, 모든 사람에게 이성적인 사고의 세계를 제공해 주어서 고마웠다"고 쓰기도 했다.
그간 중국에서는 정부를 비판한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졌다. 지난 달 12일에는 런즈창 전 화위안그룹 회장 겸 중국 인민정치협의회 베이징 시 위원이 행방 불명됐다. 런 전 회장은 '중국 5대 부동산 거물'로 통했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 2월 말 미국 웹사이트인 차이나디지털타임스에 글을 올리면서 시 주석을 겨냥해 "새로운 옷을 보여주려는 황제는 없고 벌거벗은 광대가 자기가 황제라며 주장하고 있다"고 했었다. 같은 달 10일 시 주석이 코로나19사태 공식 발생 40여일 만에 처음으로 현장 우한도 아닌 수도 베이징에 모습을 드러낸 행적을 비판한 것이다.
앞서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을 초기에 경고한 우한 의사 리원량은 오히려 '괴담 유포자'로 몰려 경찰 처벌을 받고 결국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졌다. 우한 현장을 찾아가 코로나19 확산과 이에 대한 정부 대응 실태를 고발해온 변호사 출신 시민 기자 천추스도 당국에 의해 알 수 없는 곳에 끌려가 강제격리된 후 행적이 묘연한 상태다.
중국은 시 주석이 우한에서 '바이러스와의 인민전쟁 승리'를 선언한 것을 전후해 발원지 논란을 부각시키며 코로나 원조 외교에 나섰다. '중국은 발원지가 아니다'라면서 외무부를 통해 미군 음모설을 공식 제기하는 가하면 마윈 전 알리바바 회장을 앞세워 '일대일로'(시 주석의 중국 중심 경제협력 전략) 관심 지역인 유럽, 아프리카 국가들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마스크 원조 외교에 나섰다. 원조 외교에 이어 관련 의료 용품도 판매 중이다.
최근에는 중국은 '체제 선전'에도 나서는 모양새다. 최근 프랑스 주재 중국 대사는 "바이러스가 전세계를 휩쓸 때 세계를 도운 것은 신호등 민주주의(beacon of democracy)나라인 미국이 아니라 바로 중국"이라면서 "우리 중국이 80개 넘는 나라들을 돕고 있다. 미국이 아니라"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고 WSJ가 보도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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