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3월 5대 은행권 원화대출 20조 원 급증…'역대급' 증가세
입력 2020-04-02 08:21  | 수정 2020-04-09 09:05
3월 한달에 주요 5대 은행의 원화대출이 20조 원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역대급 증가세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신용경색 우려가 짙어지는 가운데 기업이 대출을 늘린데다 가계대출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3월 원화대출 잔액은 1천170조7천335억 원으로 전달보다 19조8천688억 원 늘었습니다.

관련 통계를 구할 수 있는 2015년 9월 이후 최대 규모로 증가한 것입니다.


5대 은행의 원화대출이 10조 원 이상 늘어난 경우는 지난달을 제외하고 2015년 10월(14조2천840억 원)과 11월(13조1천99억 원), 2019년 10월(10조4천353억 원) 등 3차례 밖에 없을 정도로 드문 일이었습니다.

올해 들어서 원화대출은 1월에 5조2천775억 원, 2월에 5조5천320억 원으로 매달 5조 원가량 증가했습니다.

원화대출 가운데 기업대출의 증가세가 두드러졌습니다.

기업대출의 3월 증가액이 13조4천568억 원으로 전월(3조6천702억 원)의 4배 가까이에 이릅니다.

여기엔 이례적으로 대기업 대출이 8조949억 원이나 불어난 영향이 컸습니다.

대기업은 통상 회사채와 같은 직접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일이 많지 않습니다. 그동안 대기업 대출의 증감 규모는 커봐야 2조 원 안팎에 그쳤습니다.

코로나19 확산에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채권시장이 얼어붙자 대기업들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에 설정해 둔 은행 한도성 거래여신을 실제 사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회사채 시장이 안 좋아지면서 기업들이 회사채 만기 연장이 안 될 경우에 대비하고 분기말 하청업체에 미지급금을 주기 위해 대기업의 한도대출이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중소기업 대출도 많이 증가한 편입니다. 전월 대비 5조3천619억 원 늘었습니다.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은행권에서 대출 문턱을 낮춘 영향 때문입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개인사업자 대출이 2조7천755억 원이나 증가했습니다. 예외적으로 많이 늘어난 경우였습니다.

기업대출뿐 아니라 가계대출 증가세도 상당했습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달에 6조6천801억 원 늘었습니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한창이었던 2015년 11월(10조1천822억 원) 이후 4년 4개월 만의 최대치였습니다.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이 지난달 4조6천88억 원이나 늘었습니다. 역시 2015년 12월(5조6천238억 원)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였습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진정국면에 들어선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올해 들어 주택담보대출은 1월에 1조2천557억 원, 2월에 9천564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이는 주택 구매 수요가 전세 수요로 전환되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몰려 전세자금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로 생활안정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수요도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목적이 주택 구입에 한정되지는 않습니다. 소상공인들은 개인사업자 대출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로도 필요한 돈을 구하곤 합니다.

개인신용대출이 3월에 2조2천408억 원이나 늘어난 점은 경기침체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관련 통계를 찾아볼 수 있는 2016년 1월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었습니다. 5대 은행의 개인신용대출이 2조 원 넘게 증가한 사례는 2018년 10월(2조1천171억 원) 이후 처음이기도 합니다.

신용대출이 많이 늘어난 데에는 주식 하락장에 상승을 기대하고 들어가는 '개미' 투자자가 증가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기록적인 매도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매도 물량을 개인이 고스란히 받아주면서 '동학개미운동'이란 신조어까지 나왔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대출이 증가한 것을 보면, 신용대출을 받아 주식 투자를 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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