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오도가도 못하는 크루즈선 9척…"8000명 바다 위서 표류 중"
입력 2020-04-01 17:45 
사망자 4명이 발생한 크루즈선 잔담호의 승객들이 28일(현지시간) 파나마 베이 해상에서 로테르담호로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 = 연합뉴스]

전세계에 확산된 코로나19 여파로 해상에서 표류하고 있는 크루즈선이 9척에 달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인원으로 따지면 8000여명의 승객이 집단 밀폐된 공간에 무한정 노출될 위기에 처했다.
미 경제매체 CNBC는 크루즈선 추적 사이트 크루즈매퍼를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고 전했다. 주요 항구가 입항을 거부하면서 잔담호, 로테르담호, 코랄프린세스호, 퀸메리2호를 포함한 다수 크루즈선들이 바다 위를 떠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선박은 홀랜드 아메리카가 소유한 잔담호다. 지난달 7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출발한 해당 크루즈선은 15일 동안이나 정박할 곳을 찾지 못했다. CNBC는 이 크루즈선이 쿠바, 멕시코, 페루 등으로부터 입항을 거부당하는 동안 선내에서 승객 4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사망자들의 국적은 미국, 스웨덴, 영국, 네덜란드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사망자들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백명의 승객, 승무원들이 독감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다급해진 배는 플로리다항으로 향했지만 주정부가 입항을 거부하면서 여전히 닻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잔담호의 처리 방안에 대해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배 안에 아픈 사람들이 타고 있다"면서 "우리뿐만이 아니라 인류를 위해 옳은 일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 머무르고 있는 퀸메리2호 선내 승객들의 모습. [로이터 = 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WP)는 디샌티스 주지사 측이 "미국에서 가장 확진자가 많은 주에 크루즈선을 정박시킨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라는 입장을 내놨다고 전했다. 플로리다 정부는 현재 잔담호가 해당 지역에 정박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백악관에 로비를 펼치고 있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잔담호는 또다른 크루즈선인 로테르담호와 해상에서 만나 식량과 의료물품 등을 전달받았다. WP는 "무증상자에 한해 건강한 승객들 일부가 로테르담 호에 옮겨탔지만 31일 로테르담호에도 2명 정도의 승객이 독감 증상을 보였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잔담호와 로테르담호에는 각각 1048명, 1442명이 승선해있는 상태다.
그밖에 글로벌 선사 큐나드 라인 소속 퀸메리2호는 현재 264명의 인원을 태우고 미국 사우샘프턴으로 귀항하고 있다. 선사 측은 "대부분의 승객들이 지난달 14~15일 호주에서 하선했다"면서 "현재 남아프리카 더반에서 잠시 멈춘 상태"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크루즈선들이 해상에서 오래 표류할수록 더욱 부정적인 주목을 받을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CNBC와 인터뷰를 가진 업계 관계자는 "선박들이 이번 관심에서 빨리 빠져나올수록 더욱 좋다"면서 "이 같은 표류는 크루즈선들의 고통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각국 정부의 지원을 호소했다.
졸지에 '해상 특급호텔'에서 '바다 위 감옥'으로 전락한 크루즈선사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아 출항일정을 줄줄이 연기한 상태다. CNBC는 카니발, 로열 캐리비안, 노르웨이 크루즈선사들이 최소한 5월 중순까지 출항을 연기하기로 결정하면서 막대한 규모의 손실을 입었다고 전했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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