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도쿄 확진자 또 최고, 서울 넘어서…아베 "경험한 적 없는 국난"
입력 2020-04-01 14:39 
1일 국회에 출석한 아베 총리와 아소 다로 부총리. [로이터 = 연합뉴스]

일본에서 크루즈선내 감염을 제외하고도 확진자가 2000명을 넘어서는 등 코로나19 감염 확산 속도가 날로 빨라지면서 위기감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
47개 지자체 중 확산 속도가 가장 빠른 도쿄의 경우 31일까지 누적확진자가 521명으로 서울(474명) 보다 더 많아졌다. 도쿄도는 31일 하룻동안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이 78명으로 전날 기록한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고 1일 밝혔다.
일본내 누적 확진자는 31일 240명 증가한 2229명(크루즈선내 감염 712명 제외)으로 늘었다. 누적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서는데는 2개월이 걸렸지만 1000명에서 2000명이 되는데는 불과 11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긴급사태가 발령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사회 전반에서 커지면서 일본 정부도 날로 관련 대책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일 정부차원의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해외입국자에 대한 입국규제를 대폭 강화에 나선다. 이를 위해 전날 외무성이 해외 여행 경보단계를 조정하기도 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및 유럽 주요국가 등 총 49개 국가와 지역에 최근 2주간 머문 외국인을 대상으로 입국을 거부할 계획이다. 이들 지역에서 귀국하는 자국민에 대해선 전원 PCR검사를 실시한다. 이로써 일본이 입국거부를 실시하는 국가와 지역은 전세계 196개국 중 3분의 1 가량인 73개 국가와 지역으로 확대된다. 또 향후 해외에서 입국하는 일본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2주간 자가격리를 요청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가 사실상 전 세계를 상대로 빗장을 걸어잠근 것은 확진자 증가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일본내 하루 확진자 증가폭은 3월 26일 이후 한국을 넘어섰다. 지난 31일 하루에만 한국(101명)의 배가 넘는 242명의 확진자가 일본서 나왔다. 한국이 확진자 증가폭이 안정화되고 있는 것과 정반대 패턴이다.
일본내 확진자가 급증한 시점이 도쿄올림픽 연기 결정(24일 저녁) 이후다. 일각에서 올림픽을 의식해 소극적 검사 등을 실시하다 연기가 결정되자 검사를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도쿄도만 보더라도 일일 검사 인원수는 지난 2월 15일(130명) 등 몇일을 제외하면 대부분 100명 이하였으나 올림픽 연기를 전후로 증가해 29일 330명까지 늘었다. 의혹이 커지자 도쿄도에서는 "확진자가 늘면서 검사 필요성이 높아진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특히나 최근 며칠간 도쿄의 확진자 증가패턴이 뉴욕시의 2~3주전과 비슷하다는 평가까지 겹치며서 위기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아베 총리는 1일 국회답변을 통해 "전후 경험해본 적 없는 국난"이라면서도 "긴급사태를 선언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와 지자체에선 감염 확산의 폭발적 증가를 막기 위한 핵심고리가 야간 술집과 젊은층에 대한 통제라 판단하고 있다. 이미 도쿄도와 오사카부 등 대도시에서는 야간에 바, 노래방, 접대를 동반한 음식점 등에 대한 출입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NHK는 도쿄의 대표적 번화가인 긴자에서 관련 업소들이 대거 임시휴업에 들어갔다고 1일 전했다. 도쿄도 등에선 31일 확진 판정을 받은 78명 중 50세 미만이 54명에 달한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나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역시 국회와 정부 회의장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등장하며 위기감을 더 가져줄 것을 요청했다. 일본 정부에선 위기관리 차원에서 아베 총리와 아소 다로 부총리가 정부내 회의 등에는 동석하지 않도록 했다.
마스크를 쓴 아베 총리가 국회에서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전혀 경험하지 못한 국난"이라고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 연합뉴스]
소비 심리 등이 위축되면서 경제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일본은행이 분기별로 내놓은 단칸지수(대형제조업)는 3월 -8을 기록하며 2013년 3월 이후 7년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단칸지수는 1만개 기업을 대상으로한 설문조사에서 향후 경기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응답에서 부정적으로 보는 답변을 뺀 것을 지수화한 것이다. 즉 마이너스는 향후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인이 더 많다는 얘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월말 기준으로 기업들이 발행하는 CP(기업어음) 발행잔고가 전년 동기에 비해 20% 가량 증가한 25조엔을 넘어서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1일 보도했다. 신문은 "기간을 늘리거나 발행규모를 늘리는 식으로 현금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쿄상공리서치 조사에선 상장사 135개사가 올 회계연도(3월결산) 실적전망에서 영업이익이 1조엔가량 줄 것으로 하향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이날 전했다.
이와 함께 일상생활의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다. 4월부터 신학기가 시작되지만 등교 허용 여부도 확정되지 않았다. 도쿄도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한 통학이 많은 고등학생의 경우엔 개학일정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요코하마시 등에서는 일단 4월 한달간은 단축수업 등을 전제로 개학을 허용키로 했다.
[도쿄 = 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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