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4·15 핫스팟/서울 도봉갑] `경륜 인재근`과 `젊음 김재섭`의 `신구격돌`
입력 2020-04-01 06:01  | 수정 2020-04-01 10:04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좌)과 김재섭 미래통합당 후보(우). [사진 출처 = 인재근 SNS, 김재섭 SNS]

"도봉엔 나의 소중한 가족이 있다."
4·15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때 서울 도봉갑 지역구에 출마하는 여야 후보들에게 지난달 31일 지역 현안을 묻자 공통적으로 꺼낸 발언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현역 의원인 인재근 후보는 "이 지역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소중한 손주들과 함께 살고 있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라고, 도전자인 미래통합당 소속 김재섭 후보는 "이곳은 나와 부모님의 '삶의 터전'"이라고 강조했다. 지역에 대한 두 후보의 애착이 상당하다는 것이 묻어나온다.
도봉 사랑이 남다른 두 후보는 각각 '경륜'과 '참신함'이라는 특별한 장점이 있다.
1953년생 60대인 인 후보는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의 한 획을 그은 '인권운동가'로 유명하다. 인 후보는 '민주화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고 김근태 전 의원의 부인으로 부부가 함께 인권운동을 함께했다.

반면 1987년생 30대인 김 후보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IT기업(레이터)를 운영한 '청년창업가'다. 김 후보는 기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규제가 사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 정계에 뛰어들었다. 실용적인 규제 완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두 후보의 이력을 살펴보면 결국 경륜과 패기의 '신구 격돌'인 셈이다.
두 후보의 격돌은 지난 2005년 개봉한 류승완 감독의 영화 '주먹이 운다'를 연상시킨다. 영화 내용은 복잡한 가정사를 어깨에 멘 두 주인공 최민식(태식)·류승범(상환)이 가족을 위해 복싱 글러브를 마주하는 게 골자다. 이러한 내용을 도봉갑 지역구에 도입한다면 인 후보는 연륜과 깊이를 자랑하는 배우 '최민식'에, 김 후보는 참신함과 젊음이 돋보이는 배우 '류승범'과 비교할 수 있다. 인 후보와 김 후보가 주연인 도봉갑판 '주먹이 운다'의 결말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그동안 이 지역의 선거 역사를 살펴보면 아무래도 민주당 소속 인 후보쪽으로 무게 추가 기우는 것이 사실이다. 제15대부터 제17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소속 김근태 의원이, 제19대부터 제20대 총선까진 인 후보가 각각 유권자의 선택을 받았다. 제18대 총선 땐 한나라당(현 통합당) 소속 신지호 의원이 당선됐지만, 당시는 야권 분열이 발생한데 따른 결과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이 지역이 여권에 유리한 토양이란 얘기다.
인재근 민주당 후보가 유권자 스킨십을 하는 모습이다. [사진 출처 = 인재근 SNS]
조직 규모도 여권이 비교적 두텁다. 서울시장(박원순)·도봉구청장(이동진)을 비롯해 다수의 시·구의원이 민주당 소속이다. 이를 바탕으로 인 후보는 '3선 도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 후보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 ▲'마스크 확보법안' 대표발의 등 의정활동 성과를 과시했고, ▲도봉 내 서울 아레나 공연장 건립 추진 ▲서울 북부 경제허브단지 조성 ▲창동민자역사 정상화 추진 등의 지역공약을 꺼냈다. 인 후보는 "경험이 곧 실력"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하지만 인 후보는 3선 도전을 위해 극복해야 할 숙제가 있다. 일부 주민들의 민주당과 인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다. 이날 오전 쌍문역 안에서 만난 이 모씨(여·68)는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하면 우리나라가 공정해질 줄 알았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의혹이 이를 방증하지 않나"라며 "우리 지역은 민주당 출신들이 줄곧 당선됐는데 이제 변화가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김재섭 미래통합당 후보가 유권자 스킨십을 하는 모습이다. [사진 출처 = 김재섭 SNS]
불모지에서 고군분투 중인 김 후보는 "준비된 젊음, 확실한 변화"를 슬로건으로 내세워 유권자 스킨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구체적인 지역 변화 구상을 꺼내들고 유권자들과 공유하고 있다.
김 후보는 "도봉구를 네거티브 규제 형식의 지역구로 만들고 싶다"며 "행정규제들을 네거티브 형식으로 완화해서 다양한 투자가 유치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후보는 안전망과 관련해서 ▲창동민자역사 문제해결을 약속했다. 대형병원 유치, 부족한 약국 수 확대를 위한 ▲의료인프라 개선과 함께 편의와 관련한 공약은 GTX-C 조기착공, 경원선 지하화 및 증편과 같은 ▲교통인프라 개선, ▲전통시장 현대화를 제시했다.
참신함을 앞세운 김 후보에게도 숙제는 존재한다. 이날 오전 쌍문시장에서 만난 권 모씨(31는 "통합당에서 젊은 후보가 출마했는데 어려운 정치 환경을 후보가 잘 극복할지 모르겠다"며 "김 후보는 정치보다 경제에 정통한 인물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저는 대학생 시절부터 '정치 참여 플랫폼' 활동을 해왔고 '청년정당(같이오름)'을 창당해 기존 정치권이 바라보지 못하는 미래의 의제들을 청년들과 함께 논의했다"며 "지금은 문재인 정권 거악에 맞서기 위해 통합당이라는 거인의 어깨에 올라탔다, 이번 총선을 시작으로 통합당을 청년이 주도하는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디지털뉴스국 우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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