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3개월도 못 버틴다" 항공업계 빨간불…독일 무한대 vs 한국 3000억 지원
입력 2020-03-31 09:34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항공업계의 올해 상반기 매출 손실만 6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항공사들이 더 적극적인 정부 지원 정책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3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이 항공사 유동성 지원 확대를 골자로 한 정부 호소문을 준비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적항공사의 올 상반기 매출 손실만 6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제선 여객이 전년 동기 대비 80% 넘게 감소해 사실상 항공사 셧다운 상태"라며 "항공산업은 고정비 비용이 커 현재로서는 3개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의 즉각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18일 제11차 코로나19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6월까지 항공기 정류료 전액 면제 ▲안전시설 사용료 3개월 납부유예 ▲운항중단으로 미사용한 운수권·슬롯 회수 전면 유예 등의 항공업계 지원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임직원의 급여 반납과 무급휴직, 계약해지 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책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지난달에는 국책은행을 통해 3000억원 규모의 대출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만 포함돼 국적항공사 전체로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대한항공의 경우만 하더라도 전세계 각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문을 걸어잠그면서 보유 항공기의 90% 이상이 하늘을 날지 못하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전세계 항공업계 피해 규모는 2520억달러(약 309조5000억원) 수준이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항공업계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25일(현지시간) 상원이 '긴급 지원 법안'을 가결한 뒤 이틀 뒤 하원 통과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에 바로 서명하면서 여객 항공사에 보조금 250억달러(30조7000억원)를, 화물 항공사에 보조금 40억달러(4조9000억원)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항공산업과 연계된 협력업체에도 30억달러(약 3조7000억원)를 지원하며, 보조금 지원 뿐 아니라 대출과 지급보증도 보조금과 같은 수준에서 마련하기로 했다. 항공 운송에 부과되는 모든 세금과 항공유 부과 세금도 내년 1월 1일까지 전액 면제한다.
싱가포르도 과감한 정부 지원책을 마련했다. 싱가포르항공은 지난 27일 최대 주주인 국부펀드 테마섹으로부터 105억달러(약 12조8000억원)의 주식과 전환사채 발행에 대한 동의를 얻었다. 또한, 싱가포르 최대 은행인 DBS그룹으로부터 28억달러(약 3조400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독일은 자국 항공사를 대상으로 무한대 금융 지원에 나서기로 하고 무이자 대출기한 연장하기로 했으며, 공항이용료 면제와 세금 유예 방침을 내놨다. 프랑스는 에어프랑스에 11억유로(약 1조5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추진한다. 대만은 항공사에게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의 정부 대출을 시행했다. 항공산업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한 번 무너지면 인프라를 다시 구축하는데 천문학적인 시간과 노력이 들어 각국이 항공사 생존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내 항공산업의 직·간접적 고용종사자는 25만여 명 수준으로, 항공사가 붕괴될 경우 일자리 16만개가 사라지고 국내총생산(GDP) 11조원이 감소한다"며 "이미 국내 항공사들은 운항을 전면중단하는 등 고강도 자구책을 시행 중이지만 개별적 노력으로는 한계에 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항공사 자체 신용만으로는 채권 발행을 통한 경영 자금 조달이 어렵기 때문에 항공사 채권 발행 시 국책은행의 지급 보증이나 신용등급 등 지원조건의 한시적 완화 같이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