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긴급재난지원금 분담에 계산 꼬인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정책
입력 2020-03-31 08:37  | 수정 2020-04-07 09:05

정부가 어제(30일)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원하기로 발표함에 따라 경기도와 시군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시행하는 재난기본소득 정책이 희석될 상황에 놓였습니다.

정부는 별도의 지자체 차원의 '중복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지만 재원 부담이 생긴 지자체 형편으로서는 별도의 중복 지원보다는 정부·지방 재원을 합쳐 지급하는 '결합 지원'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3차 비상경제 회의를 주재하고 긴급재난지원금 도입 방안을 확정했습니다.

이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비상경제회의 브리핑에서 "이번 긴급재난지원금 소요 규모는 9조1천억 원 수준이며, 재원은 정부(7조1억 원)와 지자체(2조 원)가 협력해 분담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지원 대상은 전체 가구 중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1천400만 가구에 대해 가구원 수별로 긴급재난지원금(4인 이상 가구 기준 100만원)을 지급합니다.

이럴 경우 지자체가 긴급재난지원금 재원의 20%를 분담해야 하므로 자체 재난기본소득 지급 계획을 발표했던 경기도와 시군 지자체는 예상치 못한 추가 재정 지출이 발생해 종전의 재난기본소득 지급계획을 수정할 필요성이 생겼습니다.

애초 계획대로 자체 재원으로 재난기본소득을 별도로 지급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긴급재난지원금을 분담하고 별도의 재난기본소득을 새로 지급할 여력이 없습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24일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발표할 당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다 털었다. 이제 (재원이) 더는 없다"고 못 박은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는 아직 정부의 세부 시행지침이 나오지 않아 후속 계획에 대한 확답을 내놓지 못한 채 여러 경우의 수를 놓고 다각적인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정부와 지방 재원을 결합해 지급하는 방식이외에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가구원에게는 정부 재원(80%)과 도 재원(20%)을 매칭해 지급하고, 여기에서 제외되는 나머지 30%에 해당하는 가구원에 대해서는 애초 계획한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으로 지급하는 방안 등이 거론됩니다.

예를 들어 포천시에 거주하는 중위소득 100% 수준의 4인 가족일 경우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100만 원,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1인당 10만 원(총 40만 원), 포천시 재난기본소득 1인당 40만 원(총 160만 원) 등을 합쳐 총 300만 원이 받는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분담하게 될 경우 '정부+지방 재원 결합' 방식을 적용하면 정부·경기도 지원금 120만 원 안팎과 포천시 160만 원을 합쳐 280만원 내외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계산도 한가지 가정일뿐 아직 정부의 세부 지침이 나오지 않았고 경기도와 시군의 후속 방침도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경기도 관계자는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은 도민의 소비여력을 높여 코로나19로 멈춰선 우리 지역경제에 순환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을 뿐 경기도나 도지사 차원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날 현재까지 경기도의 31개 시군 중 전 도민에게 1인당 10만 원씩 지급하는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에 더해 추가로 도내에서 시군 자체적으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밝힌 곳은 19개 시군입니다.

이 중 광명, 이천, 여주, 김포, 양평, 군포, 의왕, 안양, 화성, 포천, 과천, 파주, 의정부 등 13개 시군은 5만 원~40만 원씩 모든 주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추가 지급할 예정입니다.

자체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한 도내 13개 시군의 경우도 지자체마다 입장이 조금씩 다릅니다.

이는 정부 정책 기조와의 공조, 지자체장의 정책 의지, 재정 여건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이천, 여주, 양평, 군포, 의왕, 과천시 등은 정부 긴급재난지원금과 관계없이 별도의 재난기본소득을 주겠다는 방침입니다.

일부 시군은 경기도의 입장이 정리되는 대로 변동 상황이 생기면 그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힌 곳도 있습니다.

광주시의 경우 5만 원의 재난기본소득 지급 방안을 논의했으나 정부의 지원에 따라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보류하기로 했습니다.

광주시 관계자는 "시 재정 여건상 5만원의 재난기본소득도 어렵지만 그래도 논의를 했었다"며 "중앙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고 시에서도 일정 부분을 분담해야 하는 만큼 재난기본소득은 사실상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수원의 한 주민은 "정부가 선별 지원을 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성은 이해하지만, 이웃 도시나 이웃 주민에 비해 내가 받는 것이 너무 없는 것 아니냐는 불만은 생길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어디에 살고, 얼마를 버느냐에 따라 지원금이 제각각이면 형평성의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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