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4·15 핫스팟/서울 중·성동을] 그들의 `미각戰`…`삼겹살` 박성준 vs `냉면` 지상욱
입력 2020-03-31 06:01  | 수정 2020-03-31 10:40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후보(좌)와 지상욱 미래통합당 후보(우). [사진 출처 = 박성준 SNS·지상욱 SNS]

4·15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때 서울 중·성동을 지역구에 출마하는 여야의 두 후보는 독특한 전략으로 유권자와 스킨십을 하고 있다. 두 후보 모두 본인들의 이미지를 '음식'에 투영시켜 '유권자들의 혀'를 자극하고 있는 것. 이 지역구에 출마하는 여야의 인물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성준 후보(전 JTBC 보도총괄 아나운서 팀장)'와 현역 '지상욱 미래통합당 후보'다. 두 후보는 어떤 음식을 활용해 유권자들에게 구애를 펼치는 것일까.
우선 박 후보는 '삼겹살'을 내세우고 있다. 이른바 '국민음식'으로 통하는 음식으로 '친서민적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박 후보 캠프는 약수역 인근 삼겹살집 위층에 자리했다. 박 후보는 30일 오전 캠프에서 기자와 만나 "우리 사무실 아래 삼겹살집이 있어선지 식사 시간이 되면 맛있는 향이 가득하다"며 "지역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지역 곳곳을 다니는 저에게도 비슷한 향이 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 캠프 사무실에 걸린 '현수막 문구'는 "'사건반장(종편 프로그램)'에서 '삶의 반장'으로"다. 유권자들과의 소통에 항상 귀 기울일 준비가 됐음을 박 후보가 강조한 것이다. 박 후보의 이러한 전략은 상대진영보다 '총선의 닻'을 늦게 올린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지난 2일 당으로부터 전략공천을 받은 반면, 경쟁자인 지 후보는 지난달 21일 단수공천을 확정지었다. 당초 이 지역에는 민주당 소속으로 하승창 전 청와대 사회혁신수석비서관과 전순옥 전 의원, 이지수 변호사 등이 출사표를 냈다. 하지만 지 후보의 지지율이 견고하다는 판단 아래, 당은 박 후보를 '자객'으로 투입시켰다. 박 후보는 아나운서 시절 시사 프로그램 진행 등으로 전국적 인지도를 쌓았다. 또 정치 전반에 대한 식견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서민 행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박 후보의 이러한 전략은 그간 '중·성동을 지역구의 총선 역사'와도 연관이 깊다. 당초 이 지역구는 민주당 소속 '정일영(8선)·정대철(5선)·정호준(초선)' 정씨 일가가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통합당에서는 언론인 출신 박성범(제15·17대)과 당 원내대표를 지낸 나경원(제18대)이란 정치인을 배출했으나, 정씨 일가 이력에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여권에 유리한 토양이란 얘기다. 성동구 일대가 합쳐진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는 현역 정호준(36%) 의원이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겨 출마해 이지수(24%) 민주당 후보와 여권 표를 나눠가졌다. 그 영향으로 새누리당(현 통합당) 소속 지 후보(현역)가 38%라는 득표율로 당선됐다. 즉 '민주당 소속' 박 후보가 민심 스킨십을 통해 여권지지층의 이목을 집중시킨다면 '지역구 탈환'이란 대업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 이번 총선은 '민주당 대 통합당'이라는 큰 줄기의 선거구도가 이 지역구에 함축되기도 했다.
다만 박 후보 입장에서는 유권자들로부터 '인지도 부각'이라는 숙제가 존재한다. 낮 12시30분쯤 신금호역 인근에서 만난 배 모씨(여·30)는 "종편을 즐겨보기 때문에 박 후보를 알고 있었다"며 "하지만 박 후보를 언론 등에서 접하지 못했을 윗세대 연령층이 많을 것 같고, 여권 핵심인물이 우리 지역구에 왔다고 생각하지 못할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박 후보도 인지하고 있다. 박 후보는 기자가 '선거 전략'을 묻자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주민들의 의견을 잘 반영하는 게 전략이라면 전략"이라며 "지금은 선거운동에 집중하기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를 극복하기 위해 작은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재선'에 도전하는 지 후보는 '냉면'과 '만두'로 맞대응했다. '소탈함'을 연상시키는 만두에 시원한 냉면으로 '냉철한 전문가' 이미지를 더한 것이다. 지 후보는 금호3가에 위치한 한 만두가게의 단골손님으로 유명하다. 지 후보 측은 "지 후보는 의정활동을 펼칠 때도 그렇고, 금호동을 찾을 때마다 만두집을 찾는다"며 "지 후보를 수행해본 사람들은 한 번 이상 지 후보와 그 만두집에서 만두와 냉면을 먹었다"고 말했다. 지 후보의 냉면·만두 사랑은 본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서도 종종 소개됐다. 지 후보는 풍부한 정치 식견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그는 이날 오전 캠프에서 기자와 만나 "서울에서 최초로 '지하철 미세먼지 감축장치'가 우리 지역에 설치 중"이라며 "이외에도 우리 지역을 위한 주거·교육·주차환경 개선을 위한 사업들을 추진했고 그 결과, 국정감사 우수의원 및 소비자 권익대상 등 법률상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실제 지 후보는 지난 2002년 이회창 전 한나라당(현 통합당) 총재가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패하며 미국으로 떠날 때 유일하게 '그림자수행'을 한 것을 계기로 정계에 입문한 인물이다. 이는 지 후보의 의정 경험이 매우 풍부함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다.
지 후보는 중·성동을 지역구와의 인연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지 후보는 "제 친가와 외가가 모두 실향민"이라며 "아버님 때부터 중구 신당동에 터를 잡았고, 중구에서만 70년 넘게 (우리 일가는) 살았다, 중구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안다"고 말했다. 이어 "또 토목공학과 건축공학으로 연세대학교(학사)·미국 스탠포드대학교(석사)·일본 도쿄대학교(박사)에서 학위를 받은 공학도로써 산업과 주거가 공존하는 도시정비를 이루도록 할 도시재생전문가"라고 부연했다. 지 후보는 "ICT(정보통신)기반 케어시스템 및 보행자 등 안전을 위한 치안장비들을 대폭 확충하겠다"고 환경 및 교육에 대한 공약도 밝혔다.
현역인 지 후보에게도 숙제는 있다. 박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직력이 약한 부분이다. 실제 박 후보가 속한 민주당은 지난 2018년 6월에 치러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박원순)·중구청장(서양호)·성동구청장(정원오)을 비롯해 다수의 시·구의원을 당선시켰다. 이점이 지 후보에게는 불리한 점이다. 이에 지 후보는 "제20대 국회에서 의정활동을 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이 사실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며 예로 이른바 '조국사태(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비리)'를 꺼냈다. 이어 "지금 이 시간에도 코로나 등 여파로 고통과 어려움을 겪을 주민들이 계신다"며 "주민들의 긍정의 힘이 대한민국을 다시 뛰게 할 원동력이라 믿는다, 여러분의 힘이 우리 정치를 바르게 이끌 것"이라고 설명을 더했다.
[디지털뉴스국 우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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