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돌연사 부르는 심근경색, 재발·예방하려면…
입력 2020-03-30 15:22  | 수정 2020-03-30 16:44

잊을 만하면 들려오는 안타까운 소식이 있다. 바로 급성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이다. 급성심근경색은 심장으로 영양과 산소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피떡(혈전)으로 딱딱해지거나 좁아져 심장근육에 영향을 주는 관상동맥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다. 빠른 조치로 위험한 고비를 넘기는 사람도 있지만,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 해서 방심하는 것은 금물이다.
심근경색은 한 번 걸리면 재발, 사망할 확률이 높아진다. 2011년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국내 심근경색 환자 10명 중 1명(12.7%)은 1년 이내 사망했으며, 2명(21.8%)은 1년 내에 심장질환이 다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유럽과 비교해봐도 더 높은 비율인 점을 고려하면 국내 심근경색 환자의 재발 수준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심근경색을 겪었던 환자라면 전신의 혈관 건강 상태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심장과 이어진 관상동맥 외에 다른 동맥도 나빠졌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의료진들은 심근경색과 같은 관상동맥질환을 가진 환자 3명 중 1명(30%)은 말초동맥질환도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고령 심근경색 환자의 경우 2가지 이상의 동맥질환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비율이 높았다.

이처럼 동맥 혈관 가운데 2곳이상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문제가 생긴 상태를 일컬어 '다혈관질환'이라고 한다. 다혈관질환자는 단일혈관질환을 가진 환자보다 심근경색,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근경색 재발 위험 역시 마찬가지이다. 연구에 따르면 단일혈관질환 환자 대비 다혈관질환 환자의 1년내 심근경색으로 인한 재입원 비율은 약 2배가량 높았다. 다혈관질환 중에서도 말초동맥질환을 동시에 가진 환자들의 심근경색 재발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채인호 교수는 "심근경색과 같은 심혈관사건의 재발을 줄이기 위해서는 관상동맥 외에 다른 동맥의 상태도 유심히 살펴보고, 문제가 있다면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가지 동맥질환만 가진 환자라 하더라도 혈관은 서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동맥질환 원인인 죽상동맥경화증은 LDL 콜레스테롤이 혈관 벽에 쌓여 발생하는데, 머리부터 발 끝까지 동맥을 따라 흐르며 어디든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심장과 이어진 관상동맥에 죽상동맥경화증이 생기면 심근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 팔, 다리의 말초동맥이 막혔다면 다리 근육의 통증이나 괴사 증상이 나타난다. 말초동맥질환은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을 최대 6배까지 높이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아 발견이 어렵기 때문에 심근경색을 한번 겪은 환자라면 발목상완지수(ABI)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발목과 팔에서 각각 측정한 혈압을 비교하는 간단한 검사를 통해 말초동맥질환을 진단할 수 있으며, 이 수치를 바탕으로 심장혈관질환으로 인한 사건도 예측할 수 있다.
의료계는 다혈관질환으로 인한 심혈관계 질환과 심근경색 환자의 재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생활습관 개선이다. 심근경색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 식생활 개선과 금연을 실천하는 것이다. 흡연은 심근경색 재발과 사망을 높이는 원인이나 국내 연구에 따르면 심근경색 환자의 44%는 여전히 흡연을 지속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더불어 약물치료도 필수적이다. 그 동안 다양한 항혈전 치료제들을 사용해 관리를 해왔지만 사건 발생 예방효과와 안전성에 많은 한계가 있었다. 이런 가운데 아스피린과 함께 저용량 항응고제를 복용하는 것이 다혈관질환자에서 중증 심뇌혈관질환 발생과 사망 위험을 줄였다는 연구가 발표되면서, 지난해 유럽에서는 새로운 병용요법을 치료 가이드라인으로 권고하기도 했다.
채 교수는 "다혈관질환이 있거나 심혈관사건의 위험이 큰 환자들에게 심근경색 재발 및 사망 위험을 낮추고 관리하는 방안은 난제 중 하나였다"라며 "현재 치료법의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적극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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