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감염도 빈부격차…유럽 부자들 위험도시 떠나 `별장 격리`
입력 2020-03-30 13:33 
프랑스 누와흐무띠에의 식료품 가게 [사진 = 뉴욕타임즈]

부유한 유럽인들이 코로나19가 집중 확산하는 위험한 도시를 떠나 산과 바다에 접한 '제2의 주거지'로 피신하고 있다. 별장을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에 따라 감염 여부가 달라지는 '코로나 양극화' 현상이 노출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프랑스 북서쪽 바다에 있는 유명 휴양지인의 누와흐무띠에 섬에 머무는 인구가 하루 사이 2배 늘어 2만명이 됐다. 지난 17일 프랑스 전역에 락다운(lockdown·이동제한)이 발동되자 도시 사람들이 사는 곳을 떠나 이곳에 모여든 것이다. 누와흐무띠에섬은 연중 기온이 9도~24도 안팎에 머물고 일조량은 남부와 비슷해 여름 피서지로 유명하다. 바이러스가 급속 확산하는 도시에서 대피하고, 자가 격리의 답답함을 덜기 위해 바다가 있는 별장으로 떠나는 현상이 벌어졌다는 분석이다. 도시 주거지 외에 별도의 주택을 보유한 프랑스인은 340만명에 달한다. NYT는 "별장이 없는 대부분 유럽인은 슈퍼마켓 계산원, 배달 등 저임금 노동을 계속하며 다수의 사람과 접촉할 수밖에 없다"며 "별장 유입 증가가 보여주는 빈부격차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그 어떤 분노보다 크다"고 보도했다.
3월 3일 프랑스 파리의 지하철 모습 [사진 = 블룸버그]
현지 주민들의 불만도 터져 나온다. 도시에서 바이러스를 옮겨올 수 있다는 것이다. 누와흐무띠에 섬의 의사들은 최근 섬에 넘어온 사람들에 대해 "무책임하고 이기적"이라고 비판했다. 이 곳 시장은 본토를 잇는 유일한 다리를 아예 차단하려다가 '불법 행위'라는 정부의 제지를 받았다. 노엘 포셰 시장은 "자신의 주요 주거지에 격리하지 않고 건너오는 사람들에게 우린 무방비 상태"라고 말했다.
부유층의 '별장 격리'는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논란이다. 이탈리아 북부에 첫 이동제한 명령이 내려졌을 때 북부 주민이 대거 남부로 도피했는데, 이 때 감염이 확산됐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남부의 관광지인 시칠리아의 한 보건위원회 위원은 타지역민 4만명이 이곳에 유입된 직후 확진자가 쏟아졌다고 비난했다.
스페인의 전 총리 호세 마리아 아즈나르는 지난 11일 지중해의 유명 휴양지 마르벨라에 있는 그의 별장으로 떠나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벨기에·노르웨이·크로아티아를 비롯한 나라들은 방역을 위해 휴양지 별장으로의 이동을 명시적으로 금지했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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