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개막 연기` 한국인 빅리거들의 손익 계산서 [김재호의 페이오프피치]
입력 2020-03-30 10:17 
류현진같은 선발 투수들에게 시즌 연기는 반가운 일은 아니다. 사진= 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美 알링턴) 김재호 특파원
2020시즌 메이저리그가 연기됐다. 미국 대륙을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다.
미국 내에서 코로나19는 연일 맹위를 떨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관리센터(CDC)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 내 확진자는 12만 2653명, 사망자는 2112명에 달한다. "부활절까지는 경제활동이 정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며 큰소리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한국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을 4월 30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히며 자신의 앞선 발언이 실언임을 인정했다.
메이저리그가 빠른 시기에 돌아오기는 어려워보인다. 6월에 개막한다면 최상의 경우가 될 것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시즌이 취소될 수도 있다. 어찌됐든, 메이저리그는 정상적인 시즌을 치를 수 없게됐다.
메이저리그 노사는 언제 열릴지 모르지만 어쨌든 열릴 가능성이 남아 있는 시즌 운영에 대해 합의했다. 경기 수가 줄어들면 그에 비례해서 줄어든 연봉을 받을 예정이다. 서비스 타임은 정상적으로 인정받는다. 시즌이 취소되면 돈은 못받지만, 서비스 타임은 인정받는다. 대략적으로 설명하면 그렇다.
모두가 원하는 상황은 아니다. 합의를 했다고 해도 모든 선수가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2020시즌을 준비중이던 네 명의 한국 선수들은 어떤 영향을 받게될까?
류현진(토론토, 2023시즌까지 계약)
시즌 준비가 중단됐다는 것은 류현진같은 선발 투수에게 큰 손해다. 선발 투수는 긴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스프링캠프를 6주나 진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과정을 다시 되풀이해야한다는 것은 투수에게 큰 스트레스다. 중단 기간 동안 흐름을 유지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리듬이 깨지는 것은 우려스럽지만, 꼭 이 상황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류현진은 지난 시즌 부상 복귀 이후 가장 많은 182 2/3이닝을 던졌다. 지금의 반강제적인 휴식이 팔을 아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2018년 사타구니 근육 부상으로 3개월을 쉬고 돌아와 보여준 성적(9경기 평균자책점 1.88)을 생각해보면, 긴 휴식이 꼭 독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류현진이라면 더욱 그렇다.
금전적인 면에서 본다면 류현진은 손해다. 서비스 타임이 그대로 인정되면 그는 예정대로 2023년까지 블루제이스와 계약이 남게된다. 2020년 시즌 경기 수가 줄어들면 서비스 타임은 그대로 흘러가는데 받을 수 있는 돈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메이저리그 노사는 5월까지 선수 전체가 1억 7000만 달러 규모의 선불금을 받는 것에 합의했다. 시즌이 취소되면 선수들에게 남는 돈은 이것이 전부다. 2020년 받을 예정이었던 2000만 달러에서 조금이라도 건지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더 많이 경기하는 것이 절실하다.
추신수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텍사스와 7년 계약이 끝난다. 사진= MK스포츠 DB
추신수(텍사스, 2020시즌까지 계약)
캠프 기간 옆구리 근육에 가벼운 이상을 느껴 잠시 쉬어갔지만, 꾸준히 경기를 소화하며 정상적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시 시즌 준비를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투수에 비하면 수월할 것이다. 지난 시즌 팀내 최다인 151경기에 출전하며 건재를 과시한 그이지만, 올해 만으로 38세가 될 나이를 생각하면 조금 쉬어가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다.
문제는 올해가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1억 3000만 달러 계약의 마지막 해라는 것이다. 올해 2100만 달러의 연봉이 예정돼 있다. 금전적 손실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시즌이 통째로 취소된다면 텍사스와 그대로 결별이다. 그리고 FA 시장에 나온다.
2020시즌 한 경기도 치르지 않는다고 해서 추신수라는 선수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분위기다. 오는 2020-21시즌 FA 시장은 이미 한파가 예고된 상태. 금전적 손실이 불가피한 구단들이 연봉 총액을 줄일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렇지않아도 30대 후반 베테랑들이 찬밥신세였던 시장의 체감온도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2020시즌 이후 시장에 나올 베테랑 선수들에게 힘든 시기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김광현은 캠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뜻하지 않은 악재를 만났다. 사진= MK스포츠 DB
김광현(세인트루이스, 2021시즌까지 계약)
이번 캠프 중단이 제일 아쉬운 선수다. 시범경기 4경기에서 8이닝 5피안타 1볼넷 11탈삼진 무실점의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그다. 때마침 동료 선발 투수 중 부상자까지 나오며 자연스럽게 선발 로테이션에 입성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돌연 시즌이 중단됐다. 류현진과 마찬가지로 캠프가 재개되면 시즌 준비 과정을 다시 진행해야한다. 그때가 되면 또 새로운 상황이 펼쳐지겠지만, 유리한 위치에 있었던 상황이 원래대로 돌아왔다는 것은 반가운 일은 아니다.
꼭 나쁘게 볼것만은 아니다. 어찌됐든 강한 인상을 남겼다는 것은 중요하다. 지난 시즌 많이, 그리고 늦게까지 던진 그였다. 카디널스 구단도 캠프 기간 의도적으로 그의 이닝이나 투구 수를 낮게 가져가기도 했다. 쉬어가는 시간이 꼭 독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금전적인 손실은 어쩔 수 없지만, 일단 2021시즌까지 계약이 보장된 상황이라는 점은 위안이 될 것이다.
최지만은 이번 시즌을 무사히 치르면 연봉 조정 자격을 얻는다. 사진= MK스포츠 DB
최지만(탬파베이, 서비스타임 2년 76일)
최지만은 스프링캠프가 취소됐을 당시 "아깝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순조롭게 시즌을 준비중이었기에 안타까움은 더할 것이다.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야수라는 포지션의 특성상 다시 시즌을 준비하는 것은 투수에 비해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최지만에게 이번 시즌은 중요한 시즌이다. 서비스타임 1년을 채우면 3년을 넘긴다. 시즌이 짧아지더라도 끝까지 치르면 1년을 보장받는다. 취소된다고 해도 1년을 인정받는다. 그렇게 되면 연봉 조정 자격을 받고 최저 연봉에서 벗어날 수 있게된다. 이 상황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2020년 어떤 형태로 시즌이 진행되든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고, 이것은 곧 연봉 총액 감소로 이어진다. 구단들이 연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FA 영입을 줄이는 것도 있지만, 연봉 조정 대상 선수들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레이스는 앞서 이러한 이유로 C.J. 크론을 방출시켰던 팀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페이오프피치(payoff pitch)는 투수가 3볼 2스트라이크 풀카운트에서 던지는 공을 말한다. 번역하자면 결정구 정도 되겠다. 이 공은 묵직한 직구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예리한 변화구가 될 수도 있다. 이 칼럼은 그런 글이다. greatnem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