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조원태 회장, 1라운드 완승…2라운드 돌입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입력 2020-03-30 09:50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 제공 : 한진그룹]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27일 열린 한진칼 제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완승'을 거두며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하지만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사모펀드 KCGI·반도건설로 이뤄진 3자 주주연합(이하 3자 연합)이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공격적으로 매입하고 있어 당분간 지분 싸움을 통한 경영권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전일 조 회장은 '드리는 말씀'이란 입장문을 통해 주주와 노조에 감사를 전했다. 이번 한진칼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비롯해 한진칼이 내세운 이사 후보들이 전부 선임된 데 따른 인사로 보인다. 조 회장 측과 경영권 분쟁 중인 3자 연합 측 이사 후보는 전원 부결됐다. 한진칼 주총에 앞서 의결권 유효 지분 2.9%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조 회장 재선임 찬성 의사를 밝히면서 타 기관투자자는 물론 외국인과 소액주주의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
조 회장은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하겠다"며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전력을 다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영환경이 정상화되면 국가 기간산업으로서의 소명의식을 바탕으로 국가와 국민 여러분을 위해 더욱 헌신할 것"이라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 주신 것에 대해 늘 부채의식을 갖고 사회에 더욱 환원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한진그룹의 경영권은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사실상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3자 연합이 꾸준히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고 있어서다.
3자 연합은 한진칼 주총이 끝난 뒤 입장문을 통해 "기존 오너 중심의 경영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많은 주주들의 열망과 한진그룹 변화를 바라는 국민 여러분의 바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면서 "한진그룹이 위기에서 벗어나 정상화 궤도에 올라설 수 있도록 계속 주주로서의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갈등 재점화 가능성을 내비췄다.
앞서 3자 연합이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전부 기각하면서 반도건설의 한진칼 지분 일부가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을 갖지 못했지만, 추가적인 지분 매입으로 현재 3자 연합의 보유 총 지분은 42.13%에 달해 조 회장 측 우호지분과 비슷하다. 조 회장의 '백기사'로 통하는 델타항공이 추가적인 지분 매입에 나서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경영 환경이 좋지 않아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이 얼마나 유지될지 확신하기 어렵다.
한진빌딩 전경 [사진 제공 : 한진그룹]
반면 3자 연합은 '자금 역할'을 하는 반도건설이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 기준인 15%를 넘겨 한진칼 지분을 더 늘릴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공정거래법 제12조에 따르면 상장법인 발행주식 총수의 15% 이상을 소유한 경우 공정위에 기업결합신고를 하고 투자자를 공개해야 한다. 반도건설이 경쟁 제한이나 소비자 피해 등 기업결합심사 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높다. KCGI 역시 한진 주식 60만주를 처분해 151억원을 확보했다. 이 자금이 한진칼 지분 매입에 쓰일 수 있다.
3자 연합이 최소 45%까지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뒤 임시 주주총회 소집 등으로 조 회장 견제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항공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3자 연합은 한진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전문 경영인을 요구하고 있다. 조 회장으로서는 이번 코로나19 위기를 타계해야 전문경영인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는 셈이다.
현재 코로나19 확산으로 대한항공 항공기 90% 이상이 하늘을 날지 못하는 등 상황이 악화되자 대한항공 경영진은 월 급여의 최대 절반을 반납하기로 했다. 또한, 한진그룹은 서울 종로구 송현동 소재 대한항공 소유 토지와 건물, 인천시 중구 을왕동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 칼호텔네트워크 소유의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부지 등을 올해 안에 매각하는 대대적인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 상황이다.
양측에 대한 이미지 역시 주주 표심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진그룹 계열사의 전현직 임원을 비롯해 노조가 나서서 조 회장 지지 입장을 밝히며 판세를 흔들었다. 대한항공은 에어버스 항공기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가 예정돼 있으며, 3자 연합은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를 앞두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3자 연합의 주식 공동 보유 계약이 5년인 만큼 경영권 분쟁은 이미 장기전이 예고된 상황"이라며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경영권 갈등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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