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국산 진단키트 3개 美 FDA 사전승인?…"외교부가 혼란 가중"
입력 2020-03-29 16:16  | 수정 2020-04-05 17:05

국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 3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사전 승인'을 받았다는 외교부의 발표에 진단업계가 혼란에 빠졌습니다.

미국 내 연구소들에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납품·수출하고 있는 업체들은 이미 판매가 가능한 상황에서 외교부 발표가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는 입장입니다.

오늘(29일) 진단업계에 따르면 전날 외교부의 '코로나19 국산 진단키트 3개 제품 미 FDA 긴급사용승인 절차상 사전승인 획득' 자료 발표 이후 해당 업체가 어디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외교부는 "미국 시간으로 27일 국내 코로나19 진단키트 생산업체 3곳의 제품이 FDA로부터 긴급사용승인 절차상 사전승인을 획득했다"며 "FDA 사전승인 획득으로 해당 국산 제품은 미국 시장에서 판매가 가능하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외교부는 사전승인을 받은 업체 3곳이 어디인지 밝히지 않아 관련 진단기기 업계에서는 해당 업체를 '특정'하기 어렵다며 수소문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현재 씨젠, 솔젠트, 랩지노믹스, 코젠바이오텍 등이 미국 FDA에 코로나19 진단키트의 긴급사용승인(EUA·Emergency Use Authorization)을 신청했으나 아직 결과를 받지 못했습니다. FDA 공식 홈페이지의 코로나19 진단키트 EUA 허가 리스트에도 국내 업체는 포함돼있지 않습니다.

특히 업체들은 외교부가 언급한 절차상 '사전승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외교부는 사전승인으로 해당 제품이 미국에서 판매가 가능하다고 했으나, 이미 국산 진단키트 일부 제품이 미국에서 사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씨젠 관계자는 "EUA 신청 제품의 경우 (서면으로) 사전 신청(Pre-Submission)하기 15일 전부터 사용할 수 있고, 이미 미국에서는 클리아(CLIA) 인증을 받은 연구소에서 우리 키트를 사용하고 있다"며 "판매가 가능해진다는 사전승인이라는 절차나 단계에 대해선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외교부에서 언급한 사전승인은 심사 중인 단계로 공식 승인을 받은 게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씨젠은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40개국 이상에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수출 중입니다. 미국에서는 현지 실험실 표준인증인 클리아(CLIA) 인증을 받은 연구소 등에서 자체 판단에 따라 FDA 허가 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미국 LA 시의회 등에서도 씨젠으로부터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구매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입니다.

일각에서는 주식시장이 예민한 상황에서 외교부가 불명확한 내용을 섣불리 발표해 주주들과 업체만 우왕좌왕하게 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가 선전하면서 관련 종목들이 단기간에 급상승한 가운데 외교부마저 이런 상황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진단기기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시장이 예민한 상황인데 외교부가 나서서 어느 업체인지도 말하지 않고 발표해 혼란만 가중했다"며 "사전승인이라는 게 대체 뭔지도 모를뿐더러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알기 어렵다"고 꼬집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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