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제주여행 모녀 자가격리 위반 논란…세계 각국 처벌수위 비교해보니
입력 2020-03-28 14:08 
스페인의 한 도로에서 경찰이 이동 제한 단속에 나선 모습. 봉쇄령에 따라 한 차에 2인 이상 탑승, 주말 다른 지역 여행이 금지된다. 스페인은 지난 26일(현지시간)오는 4월 11일까지 봉쇄령을 강화했다. 봉쇄령 위반 시 벌금형을 최대 60만 유로(약 8억원)부과한다는 조치도 냈다./출처=EFE·엘 콘피덴시알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판데믹(COVID-19 대유행)이 끝없이 번지는 가운데 위기감에 휩싸인 각 국 정부가 '자가격리'를 위반한 시민에 사형을 검토하는가 하면 벌금을 올리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최근 국내에서도 '신천지 신도 사건'에 이어 제주도와 서울 강남구 간 '유학생 모녀 신경전'이 부각되면서 자가격리를 위반한 사람은 어떤 처벌을 받게될 지 눈길이 모이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 등이 국가 봉쇄령을 선포하면서 코로나19 확진자 뿐 아니라 모든 시민이 사실상 자가격리 상태다. 이런 가운데 스페인이 최근 '봉쇄령 위반자'에 대해 최대 60만 유로 벌금을 부과한다는 초강력 조치를 냈다. 우리 돈으로 8억622만원에 해당하는 돈이다.
스페인 내무부는 이전까지는 봉쇄령 위반자에 대해 100~600유로 정도의 벌금을 부과해왔다. 하지만 20일(현지시간) 이후로는 사정이 달라졌다. 1단계로 경찰이 이동 제한 등을 표시하기 위해 붙여놓은 테이프나 설치한 울타리를 훼손하는 경우 100~600유로, 2단계로 경찰에 저항하거나 신상 밝히기를 거부하는 경우 601~3만 유로, 3단계로 감염자가 침을 뱉는 식으로 공중 보건을 심각한 위험에 빠트리는 경우 3만1~60만 유로 벌금형이 적용된다.
체포·구금도 이뤄진다. 26일 세고비야 법원 치안담당 판사는 봉쇄령을 두 번 어기고 이를 제재하려는 경찰 얼굴에 침을 뱉은 한 남성에 대해 "일부러 남에게 피해를 주는 미개한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구금형을 선고했다고 이날 현지 언론 엘 콘피덴시알이 전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이 집계한 전세계 코로나19피해현황. 이날 부로 미국 확진자가 10만명을 돌파해 발원지 중국과 유럽 최대 피해국 이탈리아를 제쳤으며,스페인은 보건부 발표 이후 피해가 추가됐다.
앞서 살라망카 법원 판사는 봉쇄령을 어기고 거리에서 두 번이나 술을 마시고, 이를 저지하려는 남성 경찰의 생식기를 발로 걷어찬 여성에 대해 1050유로(약 142만원)를 벌금으로 내라고 선고했다. 봉쇄령 위반행위에 대한 720유로에, 두 번째 위반이라는 괘씸죄로 120유로가 추가됐고, 타인 신체 주요 부위에 해를 끼친 데 따른 210유로를 합친 돈이다.
경찰 폭행 부분보다 봉쇄령 위반에 따른 벌금이 더 많을 만큼 스페인 내 코로나19 확산세는 심각하다. 의료진 9400여명과 치안 유치에 동원된 군인·경찰 등 450여명도 집단 감염된 상태다. 27일 보건부 발표에 따르면 스페인 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총 4858명으로 5000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이날 하루 사이 769명이 추가로 목숨을 잃은 결과다. 확진자는 총 6만4059명으로 6만 명을 돌파했다. 전날보다 7800명이 더 확진 판정을 받은 결과다.
27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우드랜드 버스 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띄엄띄엄 서 있는 모습./출처=스트레이트타임스
평소에도 '엄격한 처벌'로 유명한 싱가포르에서는 26일 저녁 정부가 "공공 장소에서 '1미터(m)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는 모든 시민에 대해 최대 1만 싱가포르 달러(약 851만원) 벌금형 또는 최대 6개월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고, 상황에 따라서는 벌금형과 징역형을 동시에 부과할 수 있다"는 긴급 조치를 발표했다. 조치에 따라 시민들은 오는 4월 30일까지 줄 설 때를 비롯해 카페나 식당 의자에 앉을 때도 1m이상 떨어져야 한다고 현지 스트레이츠타임스가 이날 전했다. 이날 싱가포르 정부는 '전염병 법'을 개정해 즉시 시행키로 하면서 다음 달 30일까지 회사나 학교 외 10명 이상 모임을 금지했고 바·스포츠 경기 등 많은 사람이 모이는 시설 영업·행사도 금지했다.
사우디 수도 리야드 중심가인 탈리아 거리에서 마스크를 낀 한 남성이 살만 빈 압둘라지즈 왕 얼굴이 그려진 벽을 지나가고 있다./출처=AFP·걸프뉴스
코로나판데믹 상황에서 가장 초강경 대응 카드를 꺼내든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다. 왕실이 지배하는 '군주제 국가' 사우디에서는 검찰이 자가격리를 위반한 사람에 대해 사형을 검토 중이다. 26일 현지 온라인매체 아젤에 따르면 사우디 사법 당국은 북서부 '오아시스의 도시' 하일의 한 쇼핑몰에서 쇼핑 카트와 출입문에 침을 뱉은 한 남성을 체포해 사형을 부과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남성은 국적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외국인으로 코로나19감염 확진(양성) 판정을 받고도 장을 보러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측은 아젤 인터뷰에서 "해당 남성은 체포돼 원격 조사를 받았으나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불확실하다"면서 "하지만 침 뱉기는 코로나19바이러스를 퍼뜨리는 행위라는 점을 알면서 그런 행동을 했기 때문에 종교적으로, 법적으로 비난 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앞서 23일 사우디는 전국 봉쇄령을 시행하면서 저녁 7시 이후 시민 이동을 금지했다. 특히 수도 리야드와 이슬람 성지 메카·메디나 등 3개 지역에 대해서는 4시간 이른 오후 3시 이후 통금령이 적용된다. 사우디는 24일 부로 13개 지역 간 통행도 막았다.
'집에 있으세요, 생명을 구하는 길입니다(Stay Home Save Lives)'를 내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7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밝히며 코로나19확산을 줄이기 위해 "집에 머물러 달라"고 강조하고 있다. 앞서 25일에는 왕위 계승 서열 1위 찰스 왕세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26일 영국도 봉쇄령 위반 시 벌금 조치를 발표했다. 처음 위반하면 60파운드(9만원)가 부과되지만 두 번째 부터는 2배인 120파운드가 매겨지는 식으로 적발 횟수만큼 곱해진 벌금이 따르게 된다. 영국에서는 25일에는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찰스 왕세자(71)에 이어 27일 보리스 존슨(55) 총리마저 코로나19 최종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불안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한국은 사우디처럼 이동제한이 있거나 유럽처럼 봉쇄령이 내려진 상태는 아니다. 다만 정부는 자가격리 위반자에 대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물릴 수 있다.
이와 별개로 지방자치단체가 위반자를 법정 고발하려는 움직임도 나온다. 제주도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유학생 딸이 제주도에 온 첫 날 20일 저녁부터 의심증세를 보였고 23일 오전 인근 병원을 방문할 정도로 확연한 증세를 보였음에도 제주 여행을 강행한 서울 강남구 모녀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뜻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강남구는 해당 모녀는 '선의의 피해자'로서 고의가 없었고, 제주도의 반응 때문에 이들이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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