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박사방` 회원도 아청물 사기당해…조주빈일당 복수 시도하기도
입력 2020-03-27 15:14 
[사진 = 연합뉴스]

텔레그램 상에서 불법 성착취물을 제작, 유포한 자들이 서로를 "박제시켜야 한다"며 신상을 파헤치기 위해 속고 속이는 싸움을 펼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박사방' 회원들도 성착취물 거래 사기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박사' 조주빈 씨(25·구속)가 가짜 지갑주소를 공지해놓고 실제론 일대일 거래를 통해 가상화폐를 건네받은 사실을 포착하고 조씨가 실제로 이용한 계좌와 거래내역을 쫓고 있다.
27일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말 박사방 회원 중 일부가 텔레그램에서 "아청물(아동·청소년 불법 음란물)등 영상을 판매하겠다"며 접근한 한 20대 남성 A씨의 사기에 당했다. 회원들이 사기 당하자 분노한 조씨는 행동책들을 시켜 A씨를 미행하고 살해 협박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텔레그램에서 음란물을 공유하는 '젖소방' 운영 관리자로 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착취물 관리자들이 텔레그램에서 서로의 회원들을 유지하고 세를 불리기 위한 일종의 '기 싸움'이 만연했다는 지적이다.
A씨는 박사방 회원 등을 속이기 위해 여성으로 추정할 수 있는 가명을 쓰고, 여성의 사진을 프로필로 설정하는 등 신분을 위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불법 음란물 거래를 미끼로 박사방 회원 수십여 명의 신상을 파악했고 이를 텔레그램 상에 공유했다고 한다.

A씨의 수법을 파악한 조씨는 행동책들에게 "A씨의 신상을 털어와라. 경찰에 고소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정리해주겠다"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조씨는 'A씨 경찰에 처벌받게 하기, A씨와 가족 신상 모두 파헤치기, 직원 보내서 A씨 작업 치기 등'을 유료 회원들에게 공약으로 내걸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의 지시를 받은 박사방 회원들은 A씨의 신상 정보를 확인해 미행을 하고 메시지를 보내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A씨의 주거지 앞까지 찾아가 인증 사진을 찍어 텔레그램 방에 공유하기도 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성추행, 음란물 유포 등 혐의로 경찰에 잡혀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27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조씨의 가상화폐 거래소 및 대행업체들을 상대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해 범죄수익을 추적 중에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박사방 회원들이 조씨에게 박사방 입장료 명목으로 가상화폐를 지급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유료회원의 신분을 특정하기 위해 지난 13일 빗썸·업비트·코인원 등 3대 가상화폐 거래소, 19일 가상화폐 구매 대행사 베스크코인 1곳을 등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21일에는 대행사 비트프록시에도 수사협조을 요청해 자료를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주빈이 유료방 입장료를 받기 위해 게시했던 3개의 암호화폐 지갑(계좌)주소 중 2개는 조주빈이 인터넷에 떠도는 것을 게시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조주빈이 가장한 지갑주소 중 1개의 입·출금 거래내역이 32억원 가까이 달하는데 조주빈의 범죄수익과는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조씨가 범죄와 관련이 없는 가상화폐 지갑주소를 올린데 대해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씨는 가상화폐 거래소와 가상화폐 구매 대행사를 통하지 않고 회원들과 직거래도 해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가상화폐 이용자들은 거래소를 통하지 않고도 개인 계좌를 만들 수 있는데 이 계좌를 통해 일부 유료 회원이 박사와 일대일 거래를 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베스트코인(대행사) 전체 거래내역 2000여건을 확보해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2000여건 중 조씨 범죄와 관련있는 계좌를 찾아 다른 거래소 거래내역과 맞춰보는 방식으로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사방의 회원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27일 한강에 투신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날 새벽 2시47분께 한강 영동대교에서 40대 직장인 남성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남성이 투신한 현장에서 A4용지 한 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박사방을 이용했는데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 피해자들과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죄책감이 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차창희 기자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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